"40만원 보냈는데…" 연말 온라인 암표사기 극성

입력 2018-11-0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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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포츠 등 '팬심' 악용 피해 속출
처벌규정 없어 단속 '사각지대'

최근 1년간 7800여건 피해
휴대폰 기기 이어 두 번째 많아

가짜티켓 등 캡처 사진 게재
메신저로 돈 만 받은 후 잠적

오프라인만 경범죄 처벌 가능
온라인 단속법 국회에서 '낮잠'



[ 장현주 기자 ] 대학생 하모씨(23)는 오는 7일 열리는 가수 ‘찰리푸스’ 내한 공연의 암표를 구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찾았다. 치열한 ‘예매 전쟁’에 밀려 티켓을 구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트위터 검색 결과 “좋은 자리의 티켓을 양도한다”는 게시글을 발견했다. 흥정 끝에 정가보다 두 배 비싼 38만원에 티켓 2장을 넘겨받기로 했다.

그러나 예정된 배송 기간이 지나도 약속한 티켓이 오지 않았다. 며칠 뒤 하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이 여럿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티켓 예매사이트에서 구매자의 이름과 주소 등을 (자신으로) 변경한 화면 캡처 사진까지 보내줘 사기일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절박한 팬심을 노리는 티켓 사기를 경찰이 강력하게 단속해 처벌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암표, 정가의 30배 달해

각종 공연이 열리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온라인 티켓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이돌 공연뿐 아니라 스포츠 경기, 게임 대회 입장권 등 대상과 유형도 다양하다. 2일 온라인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티켓·상품권의 누적 사기 피해는 7816건으로 휴대폰·주변기기(1만1954건)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경찰청이 집계한 온라인 직거래 사기 발생 건수도 2014년 4만5877건에서 2017년 6만7589건으로 증가했다.

온라인 티켓 사기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온라인 티켓 사기는 주로 가짜 티켓이나 예매 과정을 캡처한 사진을 중고거래 사이트, SNS 등에 게시한 뒤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입금이 완료되면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달 18일 이 같은 수법으로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인터넷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서 20여 명에게 835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이모씨(21)를 구속했다. 이씨 역시 다른 사람이 결제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티켓 사진을 내려받아 자신의 것처럼 행세하며 사기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방탄소년단 서울콘서트 암표는 정상가의 30배에 가까운 320만원에 유통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프라인과 달리 처벌 규정 없어

온라인 암표 거래가 활발한 것은 처벌 규정 미비로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경범죄처벌법은 오프라인 암표 매매 행위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온라인 암표시장이 커지다 보니 관련 사기도 횡행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온·오프라인에서 암표가 횡행한 지 수년째인데 문체부는 법안과 연구용역 핑계를 대면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고거래나 SNS 등을 악용한 온라인 티켓 사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온라인 암표를 단속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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