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낸드?…SK하이닉스 '96단 4D 낸드'로 간다

입력 2018-11-0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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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청주공장서 양산

3D 낸드에서 진화
아파트에 지하주차장 만들 듯
셀 공간효율 높여 비용 절감
삼성·도시바 제품과 구조 달라

中 추격 따돌리고 D램 편중 개선



[ 고재연 기자 ] SK하이닉스가 기존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제품에서 한 단계 진화한 96단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충북 청주 M15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해 삼성전자 등 ‘낸드 강자’들과의 격차를 줄이고, 중국 추격자들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4D 낸드’라고 명명한 까닭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세계 최초로 CTF(charge trap flash) 구조에 PUC(peri under cell) 기술을 결합한 96단 512기가비트(Gb) TLC(3비트 단위로 데이터 저장) 4D 낸드를 개발했다고 4일 발표했다. 회사 측은 기존 3D 낸드와 비교해 한 단계 진화했다는 의미로 ‘4D’라는 이름을 붙였다.

3D 낸드는 메모리반도체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제품이다. 셀을 평면(2D)으로 배치하는 과정에서 집적도의 한계에 직면하자 이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2013년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24단을 쌓은 1세대 3D 낸드를 양산했다. 이후 반도체업계에서는 적층 경쟁이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부터 92단 낸드를, 도시바메모리는 9월부터 96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92~96단 제품을 5세대로 분류한다. SK하이닉스가 96단 낸드 양산을 시작하면 세 번째 5세대 낸드 양산 업체가 된다.

SK하이닉스가 96단 낸드를 개발하면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는 경쟁사와 완전히 다른 구조로 제품을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도시바메모리 SK하이닉스 모두 제품의 기술 기반은 CTF로 같다. SK하이닉스는 여기에 PUC 기술을 추가 적용했다. PUC는 셀 작동을 관장하는 주변부 회로인 페리를 데이터 저장 영역인 셀 아래에 배치해 공간 효율을 높인 게 핵심이다.

아파트(셀)에 반드시 필요한 주차장(페리)을 종전에는 건물 옆에 지었다면 이번에는 지하에 뒀다고 이해하면 쉽다. 옥외 주차장 대신 지하 주차장을 지으면 건물 구조가 단순해지는 원리다. 경쟁사 동급 제품과 비교해 크기는 물론 제조비용도 줄일 수 있다. 웨이퍼 한 장당 나오는 제품 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고용량 메모리를 장착하기도 쉽다. 처리 가능한 데이터는 64킬로바이트(KB)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전 제품인 72단 512Gb 낸드와 비교하면 제품 크기는 30% 이상 줄어들고, 웨이퍼당 비트 생산량은 1.5배 늘었다. 쓰기와 읽기 성능은 각각 30%, 25% 향상됐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개발한 4D 낸드 제품을 장착한 1테라바이트(TB) 용량의 소비자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올해 선보이기로 했다. 72단 기반 기업용 SSD도 내년에 96단으로 전환한다.

◆중국 추격 따돌린다

4D 낸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신기술을 통해 시장 선도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SK하이닉스의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 등 선두 그룹을 따라잡고, 빠른 속도로 따라오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D램과 달리 낸드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세가 더 빠르다.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 산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내년부터 64단 3D 낸드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9월 발표했다.

제품 개발 및 양산으로 ‘D램 편중 구조’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29.6%로 삼성전자(42.6%)에 이어 2위지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1.1%로 글로벌 4위에 그친다. 지난해 매출 약 30조원 중 76%가량이 D램에서 나왔다. D램 가격이 급락하면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

지난달 청주에 낸드 전용 공장인 M15를 준공한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이곳에서 96단 4D 낸드를 양산할 계획이다. 같은 기술을 적용해 차세대 128단 4D 낸드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김정태 SK하이닉스 낸드마케팅담당 상무는 “CTF 기반 96단 4D 제품은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과 성능을 동시에 갖춰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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