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70조 슈퍼예산, 낭비·비효율 가려내는 게 국회 할 일이다

입력 2018-11-0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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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어제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 ‘원안 사수’와 ‘대폭 삭감’ 입장을 밝히면서 기싸움을 펼쳐 온 여야는 각 상임위원회와 예결위에서 격돌할 전망이다.

이번 예산안 심의가 각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5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슈퍼예산’이기 때문이다. 재정을 통해 저소득층 소득 보전과 일자리 창출 등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전략이다.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전체 예산의 35%인 162조2000억원을 배정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올해보다 22.0% 늘어 23조5000억원으로 편성된 일자리 예산이다. 문제는 예산 투입의 효율성이다. 정부는 세금을 쏟아부어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그런 일자리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규제 혁파와 같은 기업 투자 유인책 없이 재정 투입 전략을 편다고 고용사정이 크게 나아질 리는 없을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사업에 매몰되면서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성장동력 창출 지원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보다 1385억원 늘어 1조977억원으로 편성된 남북협력기금 역시 북한의 비핵화 속도와 보조를 맞춰 신중히 처리돼야 할 사안이다. 여야가 아동수당 수혜대상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한 번 늘어난 복지 예산은 절대 줄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내년도 예산안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3배 웃돈다. 몇 년은 재정으로 감당 가능하다 해도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위험 수준이어서 빚을 내 재정을 충당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내년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여야는 낭비와 비효율 항목은 없는지,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포퓰리즘성 예산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자신의 지역구 또는 특정집단의 민원을 담은 ‘쪽지예산’이나 끼워넣을 궁리나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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