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운용사가 설립하고
IPO로 자금 모아 비상장사에 투자
주식 이외 채권 등에도 투자 가능
한 기업 10% 제한…위험 낮춰
금융위, 稅혜택 지원 방침
[ 조진형 기자 ] 개인 투자자들이 비상장 혁신기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가 내년 주식시장에 상장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비상장 투자는 일반인이 섣불리 나서기 어려웠다. 기대수익은 높지만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관투자가와의 정보 비대칭성이 심해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BDC가 활성화되면 누구나 쉽게 상장된 BDC를 거래하면서 비상장사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제2의 스팩’ 관심 고조
금융위원회는 창업 초기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내년 BDC 설립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BDC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해 투자금을 모은 뒤 비상장사와 코넥스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투자목적회사다.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BDC를 설립해 투자자금을 모아 상장 절차를 밟게 된다.
BDC는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상장한 후 투자 대상을 발굴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성격이 비슷하다. 하지만 스팩처럼 하나의 비상장기업과 인수합병(M&A)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비상장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BDC는 투자자가 직접 BDC에 환매를 청구할 수는 없지만 상장돼 있어 언제든지 거래소에서 BDC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며 “비상장기업 투자 시 직면하게 되는 투자기간 장기화와 자금 회수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BDC 벤치마킹
BDC는 미국에서 1980년대에 도입된 공모형 투자회사다. 미국은 올해 6월 말 기준 96개의 BDC가 비상장사와 창업 초기회사 등에 투자하고 있다. 총자산 규모는 900억달러 수준(작년 말 기준)에 이른다.
미국 BDC는 시가총액 2억5000만달러 이하의 상장회사에도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BDC는 비상장사나 코넥스 기업에만 투자를 허용할 예정이다. 금융·보험업, 사행성사업 등 일부 업종은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다.
한국 BDC는 총자산의 70% 이상을 투자 대상 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주식뿐 아니라 어음 채권 대출 이익참가부증권 등 폭넓은 투자 방식을 허용할 방침이다. 회사 형태지만 사실상 펀드와 큰 차이가 없다. 금융위는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데서 오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펀드처럼 동일 기업 투자한도(10%)를 설정할 계획이다.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이나 기업당 투자한도, 레버리지 한도 등 구체적인 세부안은 내년 1분기 확정될 예정이다.
세제 지원책 관심
BDC는 개인투자자와 비상장사를 연결해주는 수단이다. 그동안 비상장사는 기업공개(IPO)가 가시화되기 전까진 투자받는 게 쉽지 않다. 투자를 받는다고 해도 벤처캐피털에 의존해야 했다.
비상장기업 투자는 일부 ‘큰손’ 투자자의 전유물로 간주되기도 했다. ‘IPO 대박’을 노리고 주식을 샀다가 자칫 ‘휴짓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의 실적이나 경영 현황 등을 알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한국거래소의 IPO 문턱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일반 투자자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한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장외 주식은 상장 주식과 달리 제값에 팔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며 “BDC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이 유망 BDC를 선택해 언제든지 쉽게 사고 팔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한국BDC에 대한 세제 감면도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에선 매년 이익의 90% 이상 배당하는 BDC에 한해 법인세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시장에선 법인세뿐 아니라 소득세 감면 혜택도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개인들의 벤처기업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소득공제 혜택을 대폭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부터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면 3000만원까지 투자금 전액을 과세 대상 소득에서 빼주고 있다.
애초 1500만원이던 100% 공제 범위를 두 배로 확대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 세제 지원 방식을 감안해 세제당국과 다양한 지원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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