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8월 말 기준)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초회보험료는 3조80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26% 줄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로 활용된다.
이처럼 초회보험료가 줄어든 이유는 생보사들이 보험료 규모가 큰 저축성 보험 판매를 크게 줄인 탓이다.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2021년(1년 연기시 2022년)시행되면 저축성 보험은 매출로 인정되지 않아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생보사 빅3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초회보험료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25%, 32.19%, 29.01% 감소했다.
24개사 중 초회보험료가 증가한 곳은 오렌지라이프, 교보라이프플래닛, 하나생명 뿐이었다. 이들 회사의 초회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5.03%, 33.40%, 18.2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가 증가한 이들 3사는 공통적으로 올해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판매 비중이 급증했다.
오렌지라이프의 올 8월말 기준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는 3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2.68% 증가했다.
오렌지라이프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된 VIP달러저축보험의 흥행과 일시납 비중이 증가하면서 초회보험료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전년 동기 대비 236.16% 증가한 22억원을 기록했고 하나생명은 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2% 늘었다.
하나은행 창구를 통한 방카슈랑스(전체 판매 채널 중 75.89% 차지)가 주력 판매 채널인 하나생명은 변액보험이, 최근 방카슈랑스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한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저축성 보험 판매 증가가 초회보험료 상승을 견인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관계자는 "최근 방카슈랑스 채널 경쟁력을 강화한 영향이 초회보험료 증가가로 이어졌다"며 "내년부터는 상품 포트폴리오를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맞춰 보장성 보험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험사들이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면서 방카슈랑스 채널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보다 상품 구조가 복잡해 판매가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보사들의 올해 8월말 기준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는 2조78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92%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IFRS17 대응의 일환으로 수입보험료가 감소하더라도 보장성 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고 있다"며 "저축성 보험 위주로 판매하는 보험사의 경우 앞으로 방카슈랑스 채널 비중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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