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 140개 기관이 투자 나서
국내기업 그린본드 발행 활성화 기대
≪이 기사는 11월08일(09: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가 모집액의 8배가 넘는 수요를 모으며 성황리에 그린본드를 발행한다. 달러화 채권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서도 많은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내 기업의 그린본드 발행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3년 만기 그린본드 3억달러(약 34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전날 벌인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해외 140개 기관이 총 25억달러(약2조8000억원)의 매수주문을 넣었다. 전체 주문의 86%가 아시아, 나머지 14%는 유럽에서 들어왔다. 산업은행과 소시에테제네랄이 대표주관을 맡았다.
그린본드는 자금 사용목적이 재생에너지, 전기차, 고효율 에너지 등 친환경 관련 투자로 한정된 채권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에 그린본드를 찍어 마련한 자금을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설비의 에너지 절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현재 중국 광저우에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짓는 5조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채권 금리도 당초 예상보다 낮게 결정됐다. 이번 그린본드는 미국 3년 만기 국채금리보다 0.9%포인트 높은 연 3.909%로 발행될 예정이다. 이 채권은 주관사인 산은이 지급보증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BBB)보다 여섯 단계 높은 ‘AA’등급으로 발행된다.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자 한국 정부와 같은 수준의 신용도다.
최근 달러화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음에도 상당한 수요를 모았다는 평가다. 미국 3년 만기 국채금리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5월말 연 2.5%까지 떨어진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엔 연 3%를 돌파했다. 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추세와 글로벌 증시 침체, 미국 중간선거 등도 채권시장을 움직이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해외 기관들이 한국 우량등급 채권을 매력적인 투자자산으로 평가한 것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채권은 신흥국 채권보다 신용등급이 높으면서도 주요 선진국 채권보다는 금리가 높다. 해외시장에서 잘 알려진 산은이 보증기관으로 나선데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하반기 들어 개선된 것도 투자수요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상반기 LCD 패널가격 하락여파로 32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다 3분기 1401억원의 영입이익을 내며 3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LG디스플레이가 성공적으로 채권을 발행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그린본드 발행도 활기를 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경보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그린본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에 힘을 실으면서 국내 기업의 그린본드 발행규모는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국내기업 그린본드 발행규모는 약 2조1000억원으로 지금껏 국내기업 발행규모(약 4조29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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