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천국' 뉴욕…아마존 이어 구글도 '제2 본사' 깃발 꽂는다

입력 2018-11-08 17:22  

맨해튼에 신축빌딩 두 곳 임대
1만2000명 추가 고용 예정
기존 직원 합치면 2만여명 근무

'IT 공룡' 인재 쟁탈전 예고
블룸버그 前시장 親기업 정책
서부서 성장한 벤처들 집결



[ 김현석 기자 ]
구글이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에 대규모 업무 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뉴욕을 기존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에 이은 제2의 본사로 삼아 2021년까지 1만 명 넘는 인력을 추가 고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아마존도 제2본사 두 곳 중 한 곳을 뉴욕에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거대 기술기업인 구글과 아마존이 뉴욕에서 인재 쟁탈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최고의 인재와 자본 인프라를 갖춘 뉴욕이 대표적인 친기업 도시로 거듭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뉴욕 맨해튼 서부에 있는 12만㎡ 규모의 12층짜리 빌딩을 임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세인트존스터미널 재개발로 2021년 완공되는 빌딩이다. WSJ는 1인 평균 사무공간(14㎡)을 감안하면 8500명 이상이 근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구글은 지난 2월 맨해튼 피어57에 건설 중인 2만3000㎡ 규모 빌딩을 15년간 임차하기로 계약했다. 현재 뉴욕에서 고용한 7000여 명의 1.7배가량인 약 1만2000명이 추가로 근무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구글은 3월에도 뉴욕 명물인 첼시마켓 건물을 24억달러에 사들였다. 이곳은 당분간 임대용으로 쓰기로 했다.

구글은 2000년 뉴욕에 처음 진출했다. 2006년 첼시 지역에 19억달러를 주고 대형 빌딩을 매입해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글이 1만2000명을 추가 고용하면 뉴욕 임직원은 2만 명에 육박하게 된다. 2만5000명이 근무할 제2본사를 짓겠다는 아마존과 맞먹는 수준이다. 아마존은 뉴욕시 퀸스의 롱아일랜드시티와 워싱턴DC 인근인 버지니아주 크리스털시티 등 두 곳에 제2본사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WSJ는 뉴욕이 아마존과 구글의 다음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양사는 광고 검색과 인공지능(AI), 클라우드서비스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 서부에서 성장해온 거대 기술기업들이 뉴욕에 잇달아 거점을 마련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인재를 확보하기가 쉬워서다. 컬럼비아대, 뉴욕대, 코넬테크 등 명문대학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하버드, MIT, 프린스턴, 예일대 등과도 멀지 않다. 이 때문에 이곳에 세계적인 인재들이 몰려든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 이후 뉴욕시가 친기업적 정책을 지속하면서 실리콘앨리(뉴욕의 신생 벤처기업 밀집지역)도 형성돼 있다. 디지털NYC에 따르면 뉴욕에 자리잡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1만2935개다.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블루에이프런, 개인 간 거래(P2P) 대출업체 렌도, 크라우드펀딩 업체 킥스타터, 핸드메이드 쇼핑몰 엣시 등이 대표적이다. 이 덕분에 뉴욕은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 보스턴과 함께 미국의 3대 창업권역으로 꼽힌다.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등은 노숙자 구제 비용으로 기업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려 하지만 뉴욕에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 또 최저임금이 서부 도시보다 낮다. 세계 최고의 금융도시여서 돈도 넘쳐난다.

WSJ는 “구글 등 거대 기술기업들이 서부를 떠나 사무실 임대료가 낮고 좋은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동부로 모여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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