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중에게 사랑받은 3대 판타지 소설은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황금나침반》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소설은 모두 영화로 제작돼 더 잘 알려졌다. 이들 작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기능을 하는 물건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이기에 서로 다른 판타지 소설에 다 등장하는 것일까.
《해리 포터》를 접한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해리 포터가 돼 봤으면 하는 상상을 한다. 그가 구사하는 마술이 탐나서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필요한 것이 생기면 마법 모자를 활용해 얻어내는 모습이 부럽기 때문일 것이다.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힘과 권한을 주는 도구는 《반지의 제왕》에도 등장한다. 절대 권력을 가져다주는 ‘절대반지’다. 악마가 자신의 권능과 의지, 힘을 모두 담아 놓은 절대반지는 그야말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물건이다. 《황금나침반》 역시 마찬가지다. “황금나침반을 움직이는 자가 세상을 움직일 것”이란 예언을 기반으로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황금나침반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과 모험을 다룬다.
수세기에 걸쳐 구전돼온 판타지 소설의 고전 《아라비안 나이트》에도 주인의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이 등장한다. 이는 인류가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오래된 열망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판타지 소설에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는 물건이 반드시 등장하는데, 이는 희소성으로 인해 선택의 고통에 직면한 우리들에게 현실의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희소성이란 쉽게 말해 ‘부족함’을 뜻한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우리는 늘 부족함을 느낀다. 무언가를 원하는 욕구가 무한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늘 무한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자원의 희소성 속에서 살아간다.
자원의 희소성으로 인해 우리는 선택을 피할 수 없다. 소득이 한정돼 있으니 원하는 것을 다 살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따져서 구매 순서를 정할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하고자 하는 사업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해야 하는 만큼 예산의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에게 어떤 편익을 가져다줄지 비교해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선택해야 한다.
국정감사도 끝나고 국가 예산 470조원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고민하는 예산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에게는 마법 모자도, 절대반지도, 황금나침반도 없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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