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낮은 임직원 퇴출 등 자구노력 먼저 보여줘야" 지적
'낙하산 자리 만들기' 시선도
[ 박신영/강경민 기자 ]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과 정상화 지연 등의 책임을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에게 묻기로 했다. 유 사장은 2016년 9월 현대상선 사장에 취임했으며 올 3월 연임(임기 3년)에 성공했다.
현대상선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9일 “현대상선이 연이어 손실을 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며 “인력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그 전에 유 사장이 총대를 메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유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가 가장 자연스럽다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단 내에서 유 사장 책임론이 불거진 것은 현대상선 실적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채권단은 현대상선 정상화를 위해 향후 5조원가량을 투입할 예정이다. 조만간 열리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투입 규모가 확정되면 곧 자금 투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무 명분 없이 자금을 댈 수는 없다는 게 채권단의 생각이다. 현대상선에 고강도 자구계획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면 자금을 넣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위기다. 고강도 자구 방안의 첫 번째가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며, 다음이 인력 구조조정 순이 돼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성과가 낮은 임직원을 즉시 퇴출하는 등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CEO 문책 없이 직원들에게 회사를 떠나라고 하면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을 유 사장에게만 묻기는 힘들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유 사장은 부실기업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 투입된 소방수며,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점은 채권단이 알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 유 사장이 신규 노선 개척에 공들여온 만큼 CEO가 교체되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선 확보의 성공 여부는 회사와 CEO의 네트워크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CEO가 자주 바뀌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채권단이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정치권에서 현대상선 사령탑에 누가 좋을지 물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강경민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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