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싸게 팔아도 남는게 있나
[ 안효주 기자 ] ‘11월의 쇼핑잔치’에 불을 댕긴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은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기를 끌고 있는 ‘핫 아이템’을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에 대거 선보인다. 이달 들어 e커머스 기업들이 시작한 가격 할인행사는 파격적이다. 위메프는 정상가 3만원을 웃도는 맥립스틱을 개당 11원에 내놓았고, 도미노피자와 bnc치킨을 메뉴당 1111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쿠팡은 삼성전자 LG전자 다이슨 애플 테팔 등 유명 브랜드 30여 곳의 전자제품을 정상가보다 최대 4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별로 대표적인 인기 상품을 특가에 내놓기도 한다.
이런 가격에 팔면 물론 남는 게 없다. e커머스 기업들은 대규모 할인전에 내놓는 상품의 상당수를 손해 보며 판매하고 있다. 위메프는 최근 에어팟을 거의 절반 값에 판매해 큰 관심을 끌었다. 위메프 관계자는 “해외 직구(직접 구매)로 15만원 정도에 사와 더 싸게 판매했다”며 “대부분의 차액은 자체적으로 감수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제품은 납품사와 e커머스 기업이 손해를 함께 나누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업체들이 납품사와 손실 분담을 놓고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이들 업체가 출혈경쟁을 감수하는 이유는 커지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파격 할인전으로 입소문을 타면 인지도가 뛰어오른다. 업체들은 행사 한 번만으로도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가 상품 구입을 위해서는 해당 업체에 회원 가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e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매출이 정체 또는 소폭 증가에 그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시장과 달리 온라인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며 “시장 확대의 끝이 어디인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우선 점유율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수년 내 e커머스 시장 역시 우열이 가려져 3~4개 주요 업체로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이런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할인전이 결국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주요 기업들의 적자가 이미 상당하다. 지난해 위메프의 영업적자는 417억원이었다. 쿠팡도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때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 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체리 피커’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일부 e커머스 기업들이 직접적인 할인 대신 일정액 이상 구입하면 포인트를 지급해 재구매를 유도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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