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당첨 어려운 청약통장, 차라리 깨서 빚이나 갚을까

입력 2018-11-12 08:06  

이달 주택공급규칙 개정…1주택 청약 사실상 배제
예치금 최고 1500만원…"차라리 빚 갚은 게 유리"




1주택자들 사이에 청약통장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1주택자를 사실상 청약시장에서 퇴출한다. 1주택이상 보유한 이들에겐 청약통장이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보유하고 있는 청약통장은 깨버려야할까.

◆1주택자 청약시장서 퇴출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내놓고 적용할 예정이다. 추첨제 물량의 최소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게 골자다. 나머지 25% 역시 무주택자 추첨에서 떨어진 사람과 1순위 1주택자가 경쟁하도록 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물량의 50%를,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전용 85㎡ 이하 25%와 전용 85㎡ 초과 70%를 추첨제로 공급하고 있다. 1주택자의 당첨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것이다.

◆청약제도 또 변경될 것

부동산 전문가 10명에게 문의한 결과 8명은 유지, 2명을 해약을 권했다. 유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셈이다.

유지가 유리하다는 의견을 낸 전문가들은 청약제도가 바뀔 수 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청약강의를 진행 중인 박지민(필명 월용이)씨는 “청약제도의 기본법령인 ‘주택공급 규칙’은 1978년 법 제정 이후 40년간 138차례나 바뀌었다”며 “부동산시장 과열이 진정되면 정부가 다시 1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을 길을 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지론자들은 청약 가점을 구성하는 요소 중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도 보유를 계속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센터장은 “서울 등 투기과열지역에서 1순위가 되려면 청약통장에 가입해서 최소 2년 이상 지나야 한다”면서 “가입기간이 길면 길수록 청약 가점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통장이 당장은 필요없어졌지만 청약통장을 오래 보유하고,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가점을 주는 지금 구조가 유지된다면 통장 해지가 답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유지론자들은 정 돈이 필요하면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통장에 일정 금액과 일정 납입 횟수를 만족했다면 납입을 중단하면 된다”면서 “청약통장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도 금리가 낮아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담보로 한 대출은 이자가 낮다. 1000만원을 빌려도 월 이자가 8000원 수준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청약통장에 돈이 묶여있을 때의 마이너스 효과보다는 보유했을 때의 활용도가 더 크다”고 말했다.

◆“차라리 청약통장 깨 빚 갚아라”

소수지만 청약통장을 당장 해약하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당첨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만약 다른 대출이 있다면 더욱 해약쪽이 유리하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부동산 전문가는 “당첨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목돈을 청약통장에 묶어둘 필요가 없다”며 “청약통장을 깨 대출을 갚거나 다른 곳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해약론자들은 또 다른 분양권은 청약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84㎡가 31억까지 치솟은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도 분양당시 미분양이었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입지여건이 좋은 지역 미분양물량을 사면 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청약제도가 추첨제로 바뀌더라도 내가 당첨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확률에 기대기 보다는 부동산시장을 연구해서 저점에 미분양 물량이나 기존 주택을 사는 게 재테크 측면에서 월등히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새아파트 입주를 원한다면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입주권을 매입하면 된다”며 “일반분양분 보다 동·호수가 압도적으로 좋다”고 말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되레 늘어

1주택자 퇴출에도 불구하고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혼희망타운, 3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 일반분양 등 신규 분양을 노리는 청약통장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의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예금·부금, 청약저축) 가입자는 총 2419만8242명이다. 전달(8월 말)에 비해 13만4537명 증가했다. 유일하게 신규 가입이 가능한 ‘만능통장’인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9월 말 2231만1433명으로, 전달 대비 14만1727명 증가했다.

1순위 기간을 채우지 못했거나 이사로 거주기간을 채우지 못한 2순위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2순위 가입자는 1081만9579명에서 1104만8549명으로 22만8970명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권에서 청약통장 2순위 가입자 수가 증가했다. 9월 경기도의 주택청약종합저축 2순위 가입자는 276만2761명으로 8월(255만8978명)에 비해 21만 명가량 늘었다.

2순위 가입자 수가 증가한 지역은 구리, 수원, 안양, 용인 등이다. 구리는 9월 2순위 가입자 수(4만8523명)가 8월(3만4818명)보다 39% 증가했다. 수원도 2순위 가입자가 22만2124명에서 30만2562명으로 36%(8만438명) 늘었다. 안양은 11만6084명에서 15만7585명으로 35%(4만1501명) 증가했다. 2순위 가입자 수가 증가한 지역 대다수는 비규제지역이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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