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시대에는 불특정 대중이 가치를 창출하죠

입력 2018-11-12 09:01  

(37) 4차 산업혁명과 대중

디지털 경제의 다양한 정보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형성
대중이 비즈니스 혁신도 이끌어




인류 역사상 발간된 책은 약 1억3000만 권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미국 워싱턴DC의 의회도서관이 약 3000만 권을 소장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지만, 웹상에 존재하는 정보의 양에는 미치지 못한다. 2015년 기준으로 검색 엔진이 찾을 수 있는 웹 페이지는 약 450억 쪽에 달했다. 검색되지 않은 웹 페이지 규모는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이 만드는 웹 도서관

온라인 세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보는 문서화된 정보에 한정되지 않는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보가 있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 음악과 동영상, 사진, 음성파일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리고 물리적 도서관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콘텐츠가 확장된다. 유튜브에는 8000만 편 이상의 동영상이 존재하고, 시간당 약 4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된다. 이 모든 정보는 누군가의 기획과 통제 하에 있지 않다. 웹상의 정보는 풍부하지만, 무질서해 보이는 이유다.

무질서한 정보는 원하는 특정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 스탠퍼드대의 두 청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웹상의 정보가 가진 단점을 해결했다. 웹상의 모든 콘텐츠는 다른 웹페이지와 연결돼 있음을 알아냈고, 다른 웹페이지에서 해당 콘텐츠를 많이 링크할수록 중요한 콘텐츠라는 것을 파악했다. 다른 논문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연구가 가치가 높은 논문이 되는 것과 유사한 논리다. 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해 모든 웹페이지에 등급을 매겼고, 이는 구글 창업의 기반이 됐다. 구글이 찾아낸 것은 불특정 다수가 올리는 정보는 통제할 수 없지만 질서가 존재한다는 깨달음이었다. 이 구조는 불특정 다수가 상호작용한 결과다.

불특정 다수의 협력이 창출한 가치

웹상의 많은 정보는 불특정 다수의 의도하지 않은 상호작용의 결과지만, 이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경우 더 큰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컴퓨터 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시작한 리누스 토발즈는 윈도와는 달리 ‘프리 운영체제’를 만들고자 했다. ‘프리(free)’란 무료일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수정하고 확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토발즈는 많은 사람이 원하는 특징들을 자신의 운영체제에 반영하기 위해 1991년 컴퓨터 운영체제를 논의하는 유즈넷 그룹에 자신의 동기를 밝히고, 불특정 다수의 참여를 요청했다. 그는 전문가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이나 개인 모두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이는 이후 10년 동안 개인 개발자 1만1800여 명을 비롯해 삼성, IBM, 구글, 인텔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리눅스 개발에 참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제안된 소프트웨어는 객관적 검증이 가능하고 다른 사람이 제안한 결과물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채택됨을 원칙으로 삼았다. 무엇보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최종 사용자가 얼마든지 연구하고 복사하고 수정할 수 있으며, 그 수정판 역시 ‘프리’ 상태여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개발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고,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리눅스는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다. 대중에게 공개된 리눅스는 다양한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도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며, 축구장보다 큰 데이터센터의 서버에도 리눅스가 운영체제로 사용된다. 리눅스는 오늘날 가장 크고 전문적인 운영체제라는 데 이견이 없다. 불특정 다수가 협력할 경우 엄청난 가치 창출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디지털 경제와 분권화

불특정 다수의 의견과 정보가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중앙집권적인 존재의 무게감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미 웨일스와 래리 생어가 개방적이며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들기 위해 중앙통제적 방식으로 박사학위 소지자를 채용해 각 항목을 편집하도록 하자, 18개월 동안 완성된 항목은 1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해당 백과사전 항목의 편집을 공개하자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617개의 항목이, 그해 말에는 1만9000개, 5년 뒤에는 3600만 개의 항목이 완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키피디아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인기 있는 웹사이트가 됐다.

오래되고 전통적인 방식들은 어느 시기든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함을 갖는다. 하지만 대중에 초점이 맞춰진 분권화된 새로운 접근법은 디지털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혁신에 관한 그의 연구를 통해 파괴적 혁신이 성공한 기존 사업체에서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혁신기업이 등장하면 업계에서 내쫓는 대신 매입해 혁신을 내면화하는 선도자들의 행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애플은 70개, 페이스북은 약 50개, 구글은 약 200개 기업을 인수했다. 막대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받아들이는 일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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