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공화적 덕성'으로 민주주의 단점 극복해야

입력 2018-11-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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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지역·세대 갈등 중첩된 한국
권력 사용은 자제하고
견제와 균형의 민주적 원칙 지키며
자신만 옳다고 고집부리지 말고
국민 위한 公共善 함께 찾아가야"

김인영 < 한림대 교수·정치학 >



지난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는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으로의 권력균점이란 결과와 함께 견제와 화합을 특징으로 했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극단적 분열’이란 난제를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정치는 복지 부문에서 정부가 얼마의 예산을 투입할 것이냐를 제외하고는 외교·국방 부문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차이를 거의 보이지 않는 보수성향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으로 정치 분열이 강화돼 극단적 분열에까지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질스러운 언어와 행동, ‘내 편 다지기’란 선거 전략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란 극단적 정치 분열은 중간선거 투표율을 49%로 높였다. 중간선거로는 1966년 이래 최고로 높았다. 정치 분열의 결과 과거 공화당의 보루였던 ‘대학을 졸업한 도시 외곽 거주 백인’들이 민주당 지지를 보이자, 공화당은 낙후된 비(非)도시지역 백인들의 일자리 불안감을 자극하며 지지층 이탈을 상쇄했다.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이념·지역·세대 갈등이 3차원으로 중첩돼 있다. 사회 구성원의 의견 차이는 민주주의의 건전성을 의미하지만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 수준은 달라진다. 만일 집단갈등을 다수결 방식에만 의존해 해결하면 다수결은 곧 ‘다수의 독재’로 변질된다. 더 이상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한 보완은 공화주의로 가능하다. ‘공화(res publica)’는 진실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시각과 세력이 공존하고 상호 견제한다는 것이며, 또 공공선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적 덕성(civic virtue)’을 강조한다. 이런 시민적 덕성은 자유롭고 공정한 분위기 속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극명하게 진영이 갈려 ‘선과 악’의 잣대를 들이대며 대립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공존과 합의, 자유라는 공화적 모범을 보이지 않고 적폐청산으로 상대를 위협하며 민주주의 원리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미 하버드대의 스티븐 래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정당이 서로를 위협적인 적으로 간주할 때 정치 갈등은 심해진다”며 ‘상호 관용’을 강조했다. 우리 정치에 필요한 공화적 덕성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비서실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정부는 집행자에 불과한 ‘청와대 정부’라는 권력집중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한 관계 및 외교는 청와대가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통일부와 외교부는 청와대 따라가기에 몰두하며, 경제 부문에서는 정책실장의 정책 주도로 경제부총리 역할이 위축되고 정책실장과 부총리 간 갈등이 불거져 함께 교체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거기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대동한 채 전방 비무장지대(DMZ)를 시찰하는 일까지 있었다.

‘국민청원’ 역시 청와대로의 집중이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청와대와 국민이 직접 대화하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국민 의견을 수렴해 그것을 정부에 전달하고 입법으로 만드는 기관인 정당과 국회의 역할이 줄어들고 청와대만 부각되는 단점이 있다. 대의제 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권력자에게 민원이 전달되고 권력자가 직접 해결해 준다는 측면에서 포퓰리즘적 측면도 있다. 구성원의 갈등을 법의 지배라는 공적 방식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공화주의다.

또 도덕성 수준이 상식 이하로 밝혀졌음에도 장관 후보자 7명, 고위공직자 3명이 임명됐다. 대통령은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지만 동시에 국회 인사청문회의 존재 이유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대해 래비츠키와 지블렛은 권력자에게 주어진 권력의 사용을 자제하는 ‘제도적 자제’를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드레일로 강조한다. 측근을 사법부 수장에 앉힐 수 있지만 그렇게는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 절제를 말한다.

권력은 있지만 자제하며 ‘견제와 균형’의 민주적 원칙을 지키고, 자신의 정책만을 주창하지 않고, 국민의 복리를 위한 공공선을 함께 찾아가는 공화적 덕성의 정치가 필요한 시기다.

iykim@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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