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전쟁 격화
예산소위 자리 '샅바싸움'
민주7·한국6·바른미래1 배정…한국당·바른미래당이 '반대'
예산안조정소위 출범도 못해
김수현 실장 '탈원전 고수' 의지
원전 회귀 추세에 "나라마다 달라"
野, 여야정 협의체 '보이콧'
대통령 인사 강행에 반발
종부세법 등 법안처리 '불투명'
[ 박종필 기자 ]
여야가 법안·예산 심사 등 ‘협치’가 필요한 일정에서 연일 파열음을 내고 있다.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실무 회동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실질적인 ‘칼질’을 가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도 여야가 자기 식구를 한 명이라도 더 넣기 위해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이는 등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예산소위 구성 놓고 여야 자리 싸움
여야는 12일 국회에서 예결위 간사 회동을 하고 예산소위 구성을 협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당장 15일부터 소위 활동을 시작해야 하지만 소위 구성을 놓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는 2012년부터 예산소위 정원을 15명으로 하고 의석수에 따라 각 정당에 배정해왔다. 올해도 의석 비중대로 더불어민주당이 7명, 한국당이 6명, 바른미래당과 비교섭단체가 1명씩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이 이 과정에서 강력 반발했다. 간사인 이혜훈 의원은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과 비교섭단체 정당이 같은 비율의 자리를 갖는 것은 부당하다”며 “바른미래당과 비교섭단체(민주평화당·정의당) 차이가 2 대 1이거나 1 대 0이 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주장을 받아들이면 바른미래당이 1석을 더 가져가 2석이 되고 예산소위 정원도 16명으로 늘어난다. 민주당도 증원에 찬성했다.
반면 한국당은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15명에서 왜 늘려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맞섰다. 비교섭단체를 배제하고 민주당 7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등 15명으로 예산소위를 꾸리거나 민주당이 1석을 비교섭단체에 양보해야 한다는 게 속내다. 예산소위에서 보수 성향 정당이 다수를 점하고자 하는 의도인 셈이다.
한국당은 이와 별도로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의 예산소위 출석을 요구했다. 통상 기획재정부 차관이 예산소위에 배석했지만 경제 수장이 교체되면서 정상적인 예산안 협의를 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그것은 맞지 않고 제 본분이 아니다”고 답했다.
김 실장이 이날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탈원전 정책 고수 의지를 밝힌 것도 경색된 정국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탈원전 주장이 유효한가”라고 이은재 한국당 의원이 질의하자 “큰 취지에서 그 방향으로 가자는 생각에…(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원전 보유국이 재생에너지로 갔다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김 실장은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1주일 만에 깨진 與·野·政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이날 여야정 상설협의체 실무협상을 ‘보이콧’하기로 결정하면서 법안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들을 만나 협치를 강조한 지 불과 1주일 만이다.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통과 없는 임명을 자제해달라는 야당 원내대표들의 요청이 있었지만 대통령이 행한 인사는 협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번 인사로 국회 예산 심사가 무력화되고 인사청문제도도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두 야당은 정부·여당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협상에 계속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산안과 함께 처리돼야 할 예산 부수법안인 세법 개정안도 첫발을 떼지 못했다. 예정대로라면 이날 기재위 산하 조세소위가 첫 회의를 열어야 했지만 세법 개정안은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기재위 소관 예산 일부에서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해 법안 상정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의 종부세법 개정안에는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최고세율을 3.2%까지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한국당 등 야당은 부자를 겨냥한 ‘징벌적 핀셋 증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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