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따오맥주 톡 쏘는 청량감의 비밀은

입력 2018-11-12 17:50  

'칭따오 공장' 韓 언론에 첫 공개

115년간 이어온 '독일산 효모'
첨단설비로 효모 DNA 분석
화강암 지대로 물 맛도 좋아

철저한 맛 관리 위해
맥주병 뚜껑 고무 패킹 떼어내
맥주에 담궈놨다 마셔보기도



[ 안재광 기자 ]
지난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칭따오맥주 제1공장.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꿉꿉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시큼한 누룩 냄새가 코로 확 밀려들었다. 왕췬젠 칭따오맥주 양조장 부부장은 “맥아(보리를 가공한 맥주 원료)와 물을 큰 통에 넣고 끓인 맥아즙 냄새”라고 설명했다. 이 맥아즙에 향미를 내는 홉을 섞고 산소를 주입한 뒤 효모를 넣으면 ‘청량한’ 칭따오맥주가 탄생한다. 칭따오맥주의 브루마스터인 장페이 씨는 “칭따오맥주 특유의 청량감은 화강암에서 걸러진 물과 함께 설립 때부터 115년간 유지한 효모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브루마스터는 양조장의 맥주맛을 책임지는 ‘맥주 장인’이다.

칭따오맥주 제1공장은 ‘양꼬치엔 칭따오’로 한국에서 유명한 칭따오맥주가 1903년 처음 지은 공장이다. 한국 언론에 생산설비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 회사는 1903년 8월 독일인과 영국인이 설립한 양조장에서 출발했다. 화강암 지대로 물이 좋고 무역항이 가까운 칭다오시는 맥주 양조장에 제격이었다. 이곳에서 만든 맥주가 ‘세계 최고 맥주’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설립 3년 만인 1906년 독일 뮌헨 국제엑스포에서 맥주 부문 금메달을 수상했다. 일본이 칭다오시를 빼앗아 1916년 칭따오맥주 소유권을 가져왔을 땐 삿뽀로 아사히 등 일본 맥주 브랜드 공장으로도 썼다.

칭따오맥주는 톡 쏘는 맛이 강하고 상큼한 느낌이 들어 기름진 음식과 특히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씨는 “특유의 효모 때문”이라고 말했다. 칭따오맥주 효모는 115년 전 독일인이 자국에서 가져온 것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지금까지 옛 효모를 쓰고 있다.

효모는 맥주의 발효를 돕는 생물로 세계 각국 맥주 양조장은 전부 다른 효모를 쓴다. 맥주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유출을 막는다. 칭따오맥주는 ‘맥주생물발효공정실험실’이란 것을 별도로 둬 효모의 DNA를 분석하고 기준에 맞는 것만 선별한다. DNA 설비는 중국 내에서도 정교하기로 유명해 친자 검사를 할 때 쓰일 정도다.

원료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로도 유명하다. 호주와 캐나다의 지정 농장에서 재배한 보리는 그해 생산된 것만 쓴다. 향을 좌우하는 홉은 직접 키운다. “사흘을 넘기지 않은 싱싱한 홉만 쓴다”고 장씨는 말했다. 장씨를 포함해 30여 명의 품질관리원은 모든 원료를 일일이 먹어보고 향을 판별한다. 장씨는 여성이지만 화장을 일절 하지 않는다. 화장품 때문에 원재료의 냄새를 제대로 못 맡을 수 있어서다.

제조·유통 과정 중 맛이 변할 수 있는 요인도 철저히 따져 없앤다. 대표적인 게 병뚜껑 실험. 병뚜껑의 고무 패킹을 떼내 수백 개를 맥주병에 넣고 며칠이 지나면 마셔보는 실험이다. 고무 패킹이 맥주맛을 변하게 할 수 있어서다. “고무 패킹을 담고 있는 포장지 테이프까지 맛을 본다”고 한다.

칭따오맥주는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 수입맥주 판매 순위에 아사히맥주 다음인 2위에 올라 있다. 이마트에선 2016년 이후 한 번도 수입맥주 ‘톱5’에서 빠진 적이 없다. 중국 소비재 기업이, 그중에서도 식품 관련 기업이 한국에서 이처럼 높은 인지도를 가진 곳은 칭따오맥주밖에 없다. 한국에선 양꼬치와 ‘짝꿍’으로 알려졌지만 칭다오시 주민들은 바지락을 최고 안주로 꼽는다. 바지락 등 조개류의 비린맛을 잘 잡아주고, 쫄깃한 맛과 어울린다.

칭다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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