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춘호 기자 ] 차기 대선을 향한 싸움은 중간선거 다음날 바로 시작됐다. 2020년 11월 대선까지 불과 103주 정도 남은 지금 시점에서 관전 포인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승리 전략으로 복귀할 것인지, 아니면 중간선거 결과에 대응해 전략을 수정할 것인가다.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 정부 ‘버전 2.0’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 등 러스트벨트(미 중서부 및 북동부 공업지대)에서 잊힌 블루칼라 노동자 표를 발굴해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승리한 것은 미국 선거에서 전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선 트럼프 스테이트로 유명한 3개 주(州)가 명확하게 민주당 지지 성향을 나타냈다. 위스콘신주의 스콧 워커와 미시간주의 릭 스나이더 등 두 명의 개혁파 주지사는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러스트벨트, 공화당에 등 돌려
공화당이 반드시 이겨야 할 플로리다와 텍사스주 선거 결과도 문제다. 특히 중간선거가 열리기 전까지 민주당이 2020년에 텍사스에서 선전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상원의원 선거에서 현직인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는 민주당의 베토 오루어크 후보에게 간신히 승리했다. 그 이유가 크루즈의 낮은 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반(反)트럼프 진영의 확실한 지지를 받은 오루어크 후보는 텍사스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두 도시인 댈러스와 휴스턴에서 크루즈 후보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 민주당은 또한 텍사스주 선거구에서 하원 의원 2석을 공화당으로부터 빼앗았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지지 기반에는 교외에 살고 있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트럼프를 지지해 투표한 사람도 있고 클린턴에 반대하기 위해 투표한 사람도 있다. 또는 대법원에서 보수파 판사가 과반이 되도록 하기 위해 트럼프에게 표를 준 유권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경제 및 사법 분야에서 그 같은 유권자들이 원하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서 교외 선거구의 선거 결과는 유권자 대부분이 추구하는 대통령으로서의 ‘페르소나(persona: 타인의 눈에 비치는 모습)’를 트럼프가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 인격공세에 잘 대응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민주당은 미국 유권자를 향해 ‘트럼프 혐오(hate Trump)’로 시작하고 끝나는 전략을 쓸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을 이용하려는 민주당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쏟을 게 분명하다. 트럼프는 스스로 민주당의 이 같은 ‘반트럼프 전략’에 휘말리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2017년 여름 이후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평균 55%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2016년의 지지 기반을 계속 유지해 재선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72년과 1984년, 1988년 대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이 내부 분열로 인해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큰 좌파 후보를 지명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트럼프가 다음 대선에서 과반 투표를 획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항상 일어나는 일이지만 트럼프에게는 ‘행운의 여신’이 계속 최대의 지원자일지도 모른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대니얼 헤닝거 월스트리트저널 부편집위원장이 ‘Trump 2.0 Begins’란 제목으로 쓴 칼럼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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