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카드수수료가 월세보다 많다"…거리로 나온 자영업자들

입력 2018-11-13 15:34   수정 2018-11-13 17:05

자영업자 총궐기대회…카드 노조는 '천막농성'



"한 달 매출의 2.3%가 카드수수료로 나가는데 월세보다도 많은 금액입니다. 자영업자들도 카드 수수료가 대기업 수준으로 인하돼야 합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익기(62)씨는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자영업 1차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카드 수수료가 대기업 수준으로 인하된다면 자영업자들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최종 원가 산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기업과의 카드수수료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중소상인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 카드수수료 인하를 주장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 등 20여개 상인단체들로 구성된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는 이날 자영업 1차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총궐기대회 현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중소상인 2000여 명이 '카드수수료 차별 철폐'라는 문구가 쓰인 빨간색 끈을 머리에 두르고 불공정한 카드수수료 차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성민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 철폐 전국투쟁본부 상임대표는 "금융위가 방조하는 사이에 대기업과 중소 가맹점이 카드 수수료 차별을 받아왔다"며 "중소 가맹점이 대기업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투쟁본부는 현재 5억원 초과 자영업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2.3%로 대기업 0.7%와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과도한 카드수수료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사들이 마케팅비로 막대한 돈을 쓰면서도 해마다 2조원가량 순이익을 거두고 있고, 카드수수료 인하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카드업계 논리는 불공정한 카드수수료 수탈구조를 '을들'간의 분쟁으로 왜곡하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투쟁본부는 카드수수료 차별 철폐, 카드수수료 수탈방조 금융위 해체, 가맹점의 카드수수료 협상권 보장, 대손·조달비용 없는 체크카드 수수료 대폭 인하 등을 요구했다.

지난 10월 31일 발족한 투쟁본부는 불공정한 카드수수료 구조 개선, 카드사의 불공정한 수수료 수탈을 방조하는 금융위원회 해체,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퇴 등을 요구하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소상공인에게 특별한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불공정한 수수료 차별을 없애달라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카드수수료 원가산정과 차별해소, 가맹점 협상권 쟁취를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카드사 노조는 "가맹점 규모별로 수수료를 차등화해야 한다"며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영세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대폭 낮춘다면 상대적으로 가격 협상력이 우월한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는 높여 카드사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로 구성된 금융공동투쟁본부 카드분과는 지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한 상황이다.

두성학 BC카드 노조위원장은 "카드사에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천막 농성을 진행할 계획이고 필요할 경우에는 10만 카드사 노동자의 총력 투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서는 현재 5억원 초과 자영업 가맹점의 카드수수료가 대기업보다 월등히 높다는 중소상인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중소상인이 주장하는 대형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0.7%)은 특정 1개 업체의 2012년 적격 비용 체계 도입 전 수수료율이란 설명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7년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평균수수료율은 1.91% 수준이다. 반면 2.3%는 현행 카드수수료율 최고 상한으로, 연매출 5억원 초과 일반가맹점에 적용되는 카드수수료율은 지난해 기준 평균 2.08%이다. 연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서는 3억원 이하 0.8%, 3억~5억원 이하 1.3% 등 적격비용 이하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상인과 카드 노조가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는 여신협회 등 관련 기관과 카드수수료 최종 원가 산정 결과 발표를 위한 막판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드수수료율은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을 통해 마련한 산정원칙에 따라 조달 금리와 운영·관리비, 마케팅비 등 카드결제에 수반되는 적정원가를 3년마다 조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 일회성 마케팅 비용을 줄여 가맹점 카드수수료를 0.23~0.25%포인트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중소 가맹점 기준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을 이르면 이번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나오는 숫자에 따라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적격 비용을 산정할 것"이라며 "최종 발표 시기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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