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가격 10월 4%대 추락…수출 '최후보루' 반도체 무너지나

입력 2018-11-13 17:41   수정 2018-12-13 00:30

커지는 반도체 경기 하강 우려

서버용 D램 수요 줄고 무역전쟁 여파…반도체 가격 '뚝'
낸드플래시 4개월새 15.4%↓…내년 부진 전망도 잇따라
'믿었던 효자' 반도체 사이클 꺾이며 경기하강 위기 증폭



[ 오상헌/서민준 기자 ]
“3분기까지 실적은 이제 과거의 일입니다. ‘다운 턴(경기 하강)’에 대비해야 합니다. 시장상황이 나쁠 때도 수익을 내려면….”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 충북 청주캠퍼스(낸드플래시 생산공장) 대강당.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적을 임직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연단에 선 이석희 사장의 얼굴에선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영업이익 6조4724억원)을 낸 바로 그날, 그는 다가올 위기를 얘기했다. 우려는 이내 현실이 됐다. 예상보다 속도도 빠르고 강도도 셌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 10월에만 각각 4.9%와 4.3% 떨어졌다. 애플 등 ‘반도체 슈퍼호황기’를 이끈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수요 부진으로 고전한다는 소식에 13일 주가도 3.49%나 빠졌다. 마지막 보루인 반도체마저 꺾였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위기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마저 무너지나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9월 ‘4분기 D램 가격이 3분기보다 5%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리포트를 냈다. 하지만 4분기의 첫달인 10월에만 D램(PC용 DDR4 8기가비트) 고정거래가격이 10.7%나 추락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반도체 수출가격 하락은 고정거래가격 추락이 반영된 결과다. 낸드플래시(128기가비트) 가격은 이보다 앞서 7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4개월 동안 하락폭은 15.4%에 달했다.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수요가 줄어들어서다. 데이터센터 규모를 늘리기 위해 서버용 D램을 대량 구매해온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외형 부풀리기’에서 ‘내실 다지기’로 돌아선 탓이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중국 IT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내년 반도체 부진을 예상하는 전망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 금융회사 바클레이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반도체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며 그 근거로 반도체경기의 선행지수인 ‘북미 반도체 장비 출하액 증가율’이 2017년 평균 40.8%에서 지난 9월 1.8%에 그친 점을 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당분간 반도체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린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5세대(5G)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위기감 커지는 국내 경제

문제는 ‘한국 경제는 반도체 경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가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데 있다. 자동차 조선 등 대다수 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만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다 보니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1월 19.7%에서 9월 24.6%로 치솟았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책임진 셈이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기기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분기 기준 8.4%에 이른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국가 경제가 휘청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른 산업은 현상유지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반도체와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끄는 또 다른 날개인 자동차산업은 생태계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맏형’인 현대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6% 쪼그라들었다. 수출액도 올 들어 10월까지 4.6% 감소했다. 조선(-59.3%) 가전(-19.1%), 무선통신기기(-18.5%), 철강(-1.1%) 수출도 올 들어 줄줄이 뒷걸음질쳤다.

문제의 심각성은 주력 산업의 부진을 쉽게 타개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중국의 거센 추격에 대다수 주력 산업이 조만간 따라잡힐 것으로 예상돼서다. 저부가가치 시장을 내주고,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갈아탈 시점도 놓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상헌/서민준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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