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싱가포르 도착
5박6일 아세안 외교전 돌입
'3無 신남방정책' 우려도 나와
[ 박동휘 기자 ] 라오스는 캄보디아와 함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대표적인 친중(親中) 국가다. 고속철 등 각종 인프라(사회간접자본)를 중국 차관으로 짓고 있다. 이런 라오스가 한국에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 고리(高利)의 중국 차관을 한국의 유상원조 자금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바꾸고 싶다는 것이다.
인구 6억 명, 세계 7위 경제권인 아세안이 ‘탈(脫)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때마침 아세안 각국은 일본의 오랜 아성과 중국의 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제조업 기반 구축의 동반자로 한국을 택했다. 김현철 신남방정책위원장은 13일 “미래 청사진을 담은 ‘인도네시아 4.0’의 실천 방안을 한국과 공동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라오스 정부는 한국 정부에 국가발전전략 컨설팅을 의뢰했다. 부실 은행 정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베트남 정부는 한국의 자본시장 개방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수립,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 5박6일간의 외교전(戰)에 들어갔다.
‘포스트 차이나’에 사활을 건 기업들도 아세안으로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두고 벌써부터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콘텐츠, 예산, 추동력이 없는 ‘3무(無) 정책’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정부 한 고위관료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과장이 신남방위원회에 배속되자 사표를 던졌다”며 “공무원들을 움직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했다. 태국의 한상들 사이에선 “한국 정부가 아세안 진출과 관련해 믿는 구석이라곤 한류밖에 없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본질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아세안 각국을 ‘문(文)의 중재외교’에 우군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비엔티안=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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