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 100명 줄 세워 북한 방문", 지금이 이럴 때인가

입력 2018-11-13 18:27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인 100여 명을 포함해 150여 명으로 방북단을 꾸려 내달 평양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경제통일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남북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복권 판매수익금 일부를 남북협력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민주당은 “남북한 경협이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선도적으로 여건을 마련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선도적 여건 마련’을 서두르고 밀어붙여야 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 핵문제는 해결책을 찾기는커녕 올초 이전의 대결구도로 돌아갈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북한의 비밀 미사일기지 13곳을 확인했다는 미국 연구소의 보고서까지 공개됐다. 얼마 전엔 핵 개발을 위한 북한의 우라늄 정제 흔적 사진도 나왔다. “비핵화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김정은의 발언을 믿기 어렵게 하는 정황들이다. 청와대는 “확인된 미사일 기지들은 파악하고 있었다”며 “대륙간·중거리 탄도미사일과는 무관하고, 북한이 신고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도 이상하거니와, 미사일 기지가 한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엔 일언반구도 없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이 기지 운용 사실을 공개한 배경이다. “핵·미사일 시설들을 다 보고 있으니 핵 신고를 하라는 강력한 대북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 경협의 ‘여건 마련’이 그렇게 중요한 건지 어리둥절해진다. 미국 정부가 북한과 접촉한 우리 기업과 은행 등을 상대로 대북 사업 진행 여부를 개별 점검하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북 추진은 기업들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집권당이 부르면 거절하기 힘든, 정치권력 앞에서 한없이 미약한 기업들이 본의 아니게 북한문제에 말려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국만 기업들을 동원해서까지 대북 경협에 앞서간다는 신호를 줄 이유가 있는가.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 이행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증폭시키면서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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