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자진 사퇴

입력 2018-11-14 15:19   수정 2018-11-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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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긴급 기자회견 열고 대표팀 감독직 사의 표명
국정감사와 정운찬 총재 발언 등으로 결심 굳힌 듯




한국 야구대표팀 첫 전임 감독 선동열(55)이 지휘봉을 내려놨다.

선 감독은 14일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BO 정운찬) 총재에게 방금 사퇴 의사를 전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보호하고 금메달의 명예를 되찾는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먹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이었음에도 변변한 환영식조차 없었고 금메달 세리머니조차 할 수 없었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 수도 없었다”며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7월 한국 야구대표팀의 사상 첫 전임감독으로 취임한 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선 감독은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고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준우승,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의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일부 선수들의 병역 기피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수 선발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후 선 감독과 올해 1월 취임한 정운찬 KBO 총재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과 국정감사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우리 시대 청년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면서도 “병역 혜택을 고려하지 않고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추렸고, 소신껏 뽑았다. 대표 선수를 뽑는 과정에서 불공정 특혜는 없었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선 감독은 앞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그 우승(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발언을 듣고 사퇴 결심을 확고히 했다고 전했다. 또 전국 5개 구장에서 동시에 열리는 프로야구 특성상 효율적으로 선수들을 관찰하기 위해 TV로 5경기를 지켜본 것을 손 의원이 문제삼았고, 이를 정 총재가 “선 감독의 불찰”이라고 답한 것도 선 감독이 사의를 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 총재는 공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으론 전임감독이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선 감독은 이날 입장문에서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 (국감 발언에서) 비로소 알게 됐다”며 “저의 자진 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정 총재를 겨냥하는 말을 남겼다.

끝으로 선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공을 만지기 시작한 이래 저는 눈을 뜨자마자 야구를 생각했고 밥 먹을 때도 야구를 생각했고, 잘 때도, 꿈 속에서도 야구만을 생각하고 살아왔다”며 “야구를 생각하지 않은 유일한 시간이 있다면 마운드에, 그리고 더그아웃에 서 있을 때 일 것이다. 앞으로 야구에 대한 제 열정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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