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 브렉시트 협상 마무리…합의문 서명 위한 절차 개시

입력 2018-11-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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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과 영국은 14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마무리 짓고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 서명을 위한 절차에 사실상 착수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내각회의를 열고 마라톤 회의 끝에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을 지지하기로 했다.

EU 측도 영국 정부가 합의문을 받아들이기로 하자 브렉시트 협상에서 결정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협상 마무리를 위한 내부 논의를 시작했다.

EU는 이르면 오는 25일께 임시 EU 정상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EU와 영국은 이르면 이달 내에 영국의 EU 탈퇴 조건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룬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에 서명하고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관계에 대한 정치적 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게 될 경우 양측은 지난 2016년 6월23일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약 2년5개월(29개월), 양측이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한 지 약 1년5개월(17개월) 만에 협상을 마무리하고 내달부터 양측 의회의 동의를 구하는 비준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U 역사상 처음으로 탈퇴를 통보한 영국은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 따라 내년 3월29일이면 EU를 자동으로 탈퇴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이 비준돼야 질서있는 탈퇴가 가능해진다.

반면에 EU와 영국 양측이 그때까지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에 대한 비준절차를 마치지 못할 경우 영국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상황'을 맞게 돼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에 따르면 영국은 회원국 시절 약속한 재정기여금 400억~450억 유로(52조~58조5000억원)를 수년에 걸쳐 EU에 이른바 '이혼합의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또 양측은 내년 3월30일부터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를 브렉시트 이행(전환)기간으로 정해 이 기간에 영국은 현행대로 EU의 제도와 규정이 그대로 적용받지만 EU의 의사결정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문제는 '하드 보더'(국경 통과시 통행과 통관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영국 전역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기로 했으며 2020년 7월에 이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오후 2시에 내각회의를 시작해 5시간이 지난 오후 7시께 마치고 나서 발표한 성명에서 "내각의 공동 결정(collective decision)은 정부가 EU 탈퇴 협정 초안과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적 선언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에 대해 "영국 관료들이 EU와 수천 시간의 어려운 협상을 진행하고, 자신과 각료들이 EU 측 협상 파트너와의 수많은 만남을 통해 얻어낸 결과"라며 "협상할 수 있었던 최선의 안이라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메이 총리는 "앞으로 어려운 날들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하며, 이는 전적으로 이해할 만하다"며 최종 비준 순간까지 진통을 예고했다.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성명에서 내각이 이번 합의를 지지하기로 '공동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회의에서는 상당수 각료가 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데다, EU 잔류를 주장하는 야당인 노동당 역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히고 있어 합의안이 의회 비준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합의안 비준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조기총선이나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를 대표해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어온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는 이날 영국 내각이 합의문을 지지하기로 한 뒤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측간에 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는 결정적인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양측의 협상팀은 그들의 책임을 다했고, 영국 정부도 오늘 저녁 그들의 책임을 받아들였다"면서 "이제 양측에 있는 모든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양측 의회에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 비준동의를 촉구했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이달 15일 오전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이 같은 평가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며, 도날트 투스크 의장은 곧바로 회견을 열어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 서명 여부를 결정할 임시 EU 정상회의 날짜를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EU 관리들은 이르면 오는 25일께 임시 EU 정상회의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EU와 영국 정부는 이날 585페이지 분량의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을 발간했으며 브렉시트 이후 양측간 미래관계에 대한 정치적 선언도 아울러 발표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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