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문 연 롯데면세점…한류상품 못파는 까닭은

입력 2018-11-15 17:22  

까다로운 태국시장 진출

태국정부 믿고 매장 열었지만 공항 면세품 인도장 허가 못받아
현지업체의 텃세에 '개점 휴업'



[ 박동휘 기자 ] 우돈타니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태국 도시다. 이곳에 있는 대형마트인 매크로마켓의 연간 매출은 태국 전역에서 3위다. 비엔티안의 라오스 중산층 이상 가정은 주말이면 픽업트럭을 타고 매크로마켓으로 쇼핑 가는 걸 최상의 ‘레저’로 꼽는다. 최근 중국 자본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지만 라오스는 사실상 태국 경제권인 셈이다.

태국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맹주를 자처한다.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라오스와 태국은 서로의 언어를 마치 방언을 듣듯 이해한다. 베트남에서도 대형마트 시장은 태국이 쥐고 있다. 아파트 인테리어 시장에선 ‘태국 스타일’이 가장 인기다.

신남방정책이 성공하려면 아세안의 핵심인 태국을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태국 시장 진출은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외국 기업은 대부분 산업 영역에서 지분율이 49%로 제한된다. 태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은 375개(9월 말 기준)다. 2000년 이후 전자, 자동차 부품 등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진출했다.

토종 기업이 장악한 영역은 진입조차 힘들다. 롯데면세점이 쇼디시몰에 입주하고도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할 정도다. 당초 롯데면세점은 태국 정부의 허가를 받고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막상 영업을 시작하려 하자 공항 물품 인도장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공항 인도장은 태국 면세점 1위 업체인 킹파워가 독점하고 있다. 공항공사 측은 내년 재입찰할 계획이니 롯데 측에 기다려달라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쇼디시몰에 입점한 롯데면세점은 개장 초 고용했던 인력을 모두 외주화하는 등 매달 수억원의 유지비를 지출하면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태국 대사관 관계자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태국을 방문했을 때 규제 완화를 요청했지만 지금으로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태 경제교류 규모도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태국 경제부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투자 유치에 나섰으나 이렇다 할 반응이 없자 올해 예정됐던 방한 계획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정부는 차세대 자동차, 로봇공학, 스마트 의료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위해 동부경제회랑(EEC)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외국인 지분 제한을 없애는 등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남방정책의 성공 조건 중 하나로 ‘상인주의’를 ‘상호주의’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멀리 내다보는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라는 얘기다. 김영채 주아세안 대사는 “이미 태국을 비롯해 아세안 각국에서 한국이 얻는 수혜는 상당하다”며 “아세안에서 어떻게 이익을 가져갈 것이냐는 중상주의적 관점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만 해도 한국은 주요 무역역조 국가 중 하나다. 수입(6위)은 많이 하지만 수출(15위) 실적은 저조하다.

방콕=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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