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양조장, 최적의 맥주 온도 찾아…클라우드로 전통산업 바꿔라

입력 2018-11-15 17:34  

한경·메타넷·액센츄어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로메인 글로 액센츄어 클라우드비즈니스부문 대표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먹는 게 아니라
'빠른' 회사가 '느린' 회사 꺾는 것
전통산업 '변신'에 클라우드는 필수

기업 데이터센터 클라우드로 바꿀 때
조직문화도 변화, '보안 문제'는 과제



[ 고재연 기자 ]
“전통 산업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접목하면 고객 요구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고, 관리 비용은 줄어들며, 조직 문화는 변화한다.”

로메인 글로 글로벌 액센츄어 클라우드비즈니스부문 대표는 15일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8’ 기조연설에서 “무한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은 ‘거대한 데이터 저장소’인 클라우드 서비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어로 구름(cloud)을 뜻하는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중앙컴퓨터에 저장해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를 말한다. 그는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빠른’ 회사가 ‘느린’ 회사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고객 요구를 빠르게 자사 플랫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딛고 변신하는 전통 산업

클라우드 서비스는 로봇,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뿐 아니라 전통 산업의 ‘변신’에도 기여하고 있다. 글로 대표는 유럽의 맥주 양조장 사례를 소개했다. 이 양조장은 지난해부터 SAP와 함께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구축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발효 중인 맥주통에 IoT 센서를 부착한 뒤 맥주 온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발효 온도를 찾아내는 게 가능해졌다. 이 회사는 올해 생산성을 15%가량 개선했다.

호주의 한 광산기업 중앙운영실은 마치 드론을 띄운 것처럼 전 세계 광산 데이터를 살펴보며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AI로 데이터를 분석해 얼마나 깊이, 얼마나 많은 양의 광물을 채굴할 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클라우드를 통해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어 가능해진 서비스다.

보안·법적 책임 피해갈 수 있을까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자체 데이터 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없는 데다 사용량에 대해서만 비용을 내면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체 데이터 센터를 폐쇄하고 공용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이관하면 조직 문화도 변하게 된다. 이전에 비해 업무 효율성과 속도가 훨씬 빨라지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무조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한계는 보안 문제다. 금융규제당국으로서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보안 문제와 그로 인한 법적 책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이유다.

글로 대표는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한 은행은 공용 클라우드로 데이터 이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규제당국에 수백 쪽의 승인 문건을 제출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은행권은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 은행이 자사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지 않으면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시아에 거점을 둔 한 은행은 40년간 쌓아놓은 자사 데이터를 공용 클라우드를 통해 관리하기로 결정하고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데이터 관리 비용을 40% 줄이고, 새로운 소비자용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4~6주 단축했다. 글로 대표는 “전통 은행이 클라우드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전통 은행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고 전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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