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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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대세인 시대 심심한 글로 승부수를 띄웠다. 광고를 끼워파는 거대한 플랫폼의 힘을 빌리지도 않았다.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 자체로만 돈을 번다. 이 당돌한 20대 작가는 최근 두 권의 책을 냈다. ‘일간 이슬아’의 글을 모은 독립출판물 《일간 이슬아 수필집》과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다.
작가는 직업이 여러 개다. 만화가, 잡지사 기자, 글쓰기 교사 그리고 누드모델이다. 학자금 대출 2500만원을 갚아나가기 위해 셀프 연재 ‘일간 이슬아’를 기획했듯 누드모델을 하게 된 것도 돈 때문이었다. 《나는 울 때마다…》에서 작가는 “연애 때문에 내 공간이 절실해졌다”며 “돈벌이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된다”고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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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 때마다…》는 일과 돈, 사람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 중심엔 엄마가 있다. 작가는 “태어나 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다”며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딸의 ‘새로운 일거리’에 대해 들은 엄마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냐”고 물었다. ‘무대에 서기 전 걸치는 가운’이라는 말에 엄마는 고급 코트를 주며 말했다. “알몸이 되기 전에 네가 걸치고 있는 옷이 최대한 고급스러웠으면 해.”
작가는 학교를 다니고 잡지사 막내기자로 일하면서 누드모델 일을 병행했다. “서럽고 고단했던 순간도 글을 쓰는 동안에는 모두 밑천이 되는 것 같아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는 그는 천생 작가다. 스스로를 ‘연재 노동자’라 칭하는 그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히 이야기가 많이 팔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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