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대결로 번지는 '이수역 주점 폭행'

입력 2018-11-15 18:28  

하루 만에 국민청원 32만건
'여성혐오 범죄' vs '쌍방폭행'

"일방 주장만으로 재단 우려"
"평소 여성혐오 분노 터진 것"



[ 임락근 기자 ] 남녀가 서로에게 성적 비하발언을 하며 폭행한 ‘이수역 폭행 사건’이 남녀 간 성대결로 번지고 있다. ‘여성혐오 범죄’라는 주장과 ‘여성이 먼저 시비를 걸어 촉발된 쌍방폭행’이라는 주장이 맞서면서다.

15일 청와대 게시판에 따르면 이수역 폭행사건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 글은 게재 하루 만에 32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지난 13일 오전 4시께 지하철 7호선 이수역 근처 한 주점에서 A씨(21) 등 남성 3명과 B씨(23) 등 여성 2명이 쌍방폭행을 벌여 동작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B씨 일행이 술을 마시다가 목소리를 크게 내자 옆에 있던 다른 일행(C커플)이 “조용히 해달라”고 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B씨는 “A씨 일행이 ‘메갈(남성혐오 사이트 활동자를 비하하는 말) 실제로 본다’ ‘얼굴 왜 그러냐’ 등 인신공격했고,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단 이유만으로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했다”며 본인 사진을 인터넷 등에 올리기도 했다. 또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C커플)과 시비가 붙었는데 관계없는 A씨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일행은 “조용히 해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B씨 일행이 먼저 폭행을 가해 상처가 나고 옷이 찢어졌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목격자로부터 “여성들이 시비 원인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 여성들이 먼저 신체접촉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본인을 사건 현장에 있던 C커플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은 한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려 “B씨 일행이 ‘흉×’ ‘×빨러’ 등 남성과 이성애자인 여성을 일방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써가며 우리에게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이 남녀 간 성대결로 번지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단순 폭행사건인지 증오범죄인지는 경찰조사가 더 필요한데 일방의 주장만 듣고 사건을 재단하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평소 여성 혐오와 관련해 여성들이 느껴왔던 분노가 터져나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부 교수는 “사실관계를 떠나 많은 여성이 여성혐오에 대해 공감하기 때문에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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