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역시, 뉴욕·워싱턴DC!

입력 2018-11-15 18:50  

허원순 논설위원


[ 허원순 기자 ] 1970년대만 해도 국내 사과 주산지는 단연 경산과 영천이었다. 동대구를 벗어나면서부터 금호강 주변 수십㎞가 온통 ‘홍옥’ ‘국광’ 천지였다. 요즘 이 지역에서 사과나무는 구경도 쉽지 않다. 품종 개량된 사과는 영주 등지를 거쳐 강원도 양구에서도 재배된다. 기후변화에 재배기술 발전으로 사과의 ‘북방한계선’이 급변했다.

과일 작물과 달리 채용시장에는 ‘남방한계선’이라는 게 있다.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이 서울 생활권을 벗어나면 웬만한 조건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요즘은 경기도 평택이 남방한계선이라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기업 인사부서나 과학기술계에서는 ‘양재 라인’ ‘기흥선’ 얘기가 나돌았는데, 조금 더 내려가긴 했다. 서울의 우면동에 삼성전자 R&D센터가, 마곡에는 LG사이언스파크가 힘겹게 세워진 배경이다.

인적자원의 한계선 형성에 최대 변수는 도시화다. 전문화와 분업화, 기회와 편리, 부(富)와 미래의 상징으로 도시가 갖는 매력이 현대인을 끌어들인다. 교육 문화 교통 등 유·무형의 인프라와 인재의 양적·질적 수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시의 등급이 매겨지는 시대다. 값비싼 주거비용과 생활물가 같은 응달도 만만찮지만, 역량 있고 야심찬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몰려드는 건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공모 14개월 만에 결론 난 아마존의 제2본사 선정에서도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런 요인들이 그대로 작용했다는 게 흥미롭다. 그래도 가장 큰 평가요소는 인재확보 여건이었다. 결과는 역시 뉴욕과 워싱턴DC다. 캐나다까지 238개 도시가 경쟁했으나 모두 경제와 문화에서, 정치와 외교에서 각각 ‘세계의 수도’ ‘제국의 수도’로 꼽혀온 두 도시를 뛰어넘지 못했다.

아마존 제2본사를 나눠 가질 롱아일랜드시티는 맨해튼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공동 승자가 된 버지니아주 ‘내셔널랜딩’에 대해서는 “어디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DC 남쪽 포토맥 강 남쪽에 맞붙은 소도시지역이 이번 공모에서 쓴 용어여서 현지에서도 헷갈려 한다”는 게 한경 특파원 전언이다.

두 곳은 ‘대박’을 터뜨렸다. 연봉 10만달러 이상의 일자리 5만 개가 따라붙는다고 아마존이 장담한 초특급 프로젝트다. 롱아일랜드 일대 부동산은 벌써 묻지마 투자로 ‘아마존 골드러시’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8년 전 아마존이 본사를 세운 이래 시애틀의 발전상을 보면 ‘동부의 실리콘밸리’ 기대도 무리는 아니다.

도시 간 경쟁이 심화되고 기업들은 도시를 선택하는 시대다. 기업도 인재도 멋지고 편리하며 잘 가꾸어진 도시를 선호한다. 서울 수도권은 어떻게 하면 국제 경쟁력이 강화될까. 계속 개발을 억제하고 규제해야 하나, ‘집적효과’를 도모하며 전 세계에 더 노출시켜 나가야 하나.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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