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압박 불구 모집액 채워
연 4%대 금리 매력으로 부각…재무구조도 개선
≪이 기사는 11월16일(08:5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이달 말 발행 예정인 회사채 투자수요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금융시장에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강해지는 가운데서도 모집액을 모두 채웠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연 4%대 수익률이 매력으로 부각된 것이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전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벌인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총 168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700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인 2년물에 580억원, 800억원을 모집한 3년물에 1100억원이 모였다. 수요예측 마감시간 이후 들어온 2년물 매수주문이 200억원가량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모든 만기구간에서 목표한 수요를 모았다는 평가다.
지난 15일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가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하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커질 것을 예고했음에도 채권 투자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채권시장에선 투자자들이 연 4% 수준에 달하는 이 회사 채권금리를 눈여겨보고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수요예측에 앞서 2년물은 연 3.5~3.7%, 3년물은 연 4.1~4.4%대 금리를 제공하겠다는 게획을 내놓았다.
회사의 재무상태가 개선되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2016년 말 1178%였던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올 9월 말 608%로 하락했다. 한동안 상승세를 타던 국제유가가 최근 급락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초만 해도 배럴당 84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 가격은 한 달만에 67.26달러(14일 기준)까지 내려앉았다. 유가가 떨어지면 항공기 연료구매 비용이 줄어들어 그만큼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대한항공은 수요예측에 들어온 매수주문 물량에 맞춰 2년물은 700억원, 3년물은 1100억원으로 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채권 발행금리도 당초 원했던 수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2년물은 연 3.7%, 3년물은 연 4.1%로 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8번째로 높은 ‘BBB+’(안정적)다.
IB업계 관계자는 "부정적 요인이던 유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진정된 측면도 있었다"며 "기관들이 결산(북 클로징)을 코앞에 두면서 수요가 예전만 못한 시기임에도 선방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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