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서 지식사회부 교육팀 기자)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5일 치러졌습니다. 53만 명이 넘는 수험생이 아침 8시 40분부터 전국 1190개 고사장에서 치열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수능 다음날인 16일 교육계에서 영어영역 32번 문항(홀수·짝수형 공통)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어려운 ‘빈칸추론’ 유형인 32번이 ‘킬러문항’이기 때문일까요?
특히 올해 수능은 ‘불수능’으로, 난도가 높아 영역별 고난도 ‘킬러문항’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국어영역에서는 현대시와 시나리오를 엮어낸 신유형 26번 문항과 과학·철학융합문제인 31번 문항이 악명이 높지요. 수험생이 아니지만 호기심에 문제를 풀어보는 어른들도 나올 정도입니다. 수능 문제지와 정답지는 수능 당일 영역별 장애 수험생의 시험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공개됩니다.
하지만 32번 문제가 화제가 된 건 난이도가 아니라 지문의 내용 때문입니다. 10여 문장의 짧은 글은 “소수자들은 많은 권력이나 지위를 가지지 않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 말썽꾸러기, 과격파 또는 간단히 ‘괴물들’로 치부된다.(Minorities tend not to have much power or status and may even be dismissed as troublemakers, extremists or simply ‘weirdos’.)”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소수자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냈기에 사회가 변화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죠. 페미니즘이나 여성참정권 운동(서프레저트)을 예시로 언급하며 “소수자들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혁신이나 사회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할 것(Without the influence of minorities, we would have no innovation, no social change.)”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고2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고교 영어과 교사는 “문제 자체도 EBS 교재에 실렸던 지문을 직접연계한 빈칸추론 문제로 우수 유형인 데다가 내용도 뜻깊어 학생들에게 이 문제는 꼭 풀어보라고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난도나 문제 유형뿐 아니라 지문 내용이 화제가 된 건 평가 역시 교육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수능은 3년의 고교 정규교육과정에서 익힌 것들을 되짚기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수능출제위원들 역시 이를 의식해 수험생 필적을 확인하기 위한 문구 하나를 고를 때도 고심을 거듭합니다. 올해 수능의 필적확인 문구는 김남조의 시 ‘편지’ 첫 구절인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였습니다. (끝) /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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