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속세 납부액 2조9천억 중
30% 이상이 분할 방식 납부 선택
구광모 LG회장, 7천억 역대 최대
"상속세율 OECD보다 두 배 높아"
[ 조재길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역대 최대 규모인 7100억원의 상속세를 이달 말부터 5년간 나눠 내기로 한 가운데 납세자들의 상속세 분납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16일 국세청이 조기 공개한 국세통계 자료에 따르면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상속세를 낸 액수가 작년 기준으로 총 1조8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4845억원) 대비 2.2배로 늘어난 규모다. 작년 상속세 신고세액 2조9624억원 중 3분의 1 이상이 분할 방식으로 납부됐다는 얘기다.
연부연납은 세금의 6분의 1 이상을 먼저 내고 나머지를 최장 5년간 분납하는 제도다. 세액을 나눠 내는 만큼 납세자들이 지연 이자(가산금)를 부담해야 한다.
작년 상속세 분할 납부 건수는 총 931건으로, 1년 전(723건)보다 28.8% 증가했다. 건당 납부액은 11억6735만원에 달했다. 건당 납부액만 놓고 보면 전년(6억7012만원) 대비 74.2% 급증했다. 1인당 상속액이 전년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의미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동산과 주식 가치가 상승하면서 고액 상속자가 늘어난 데다 저금리 영향으로 이자 부담도 크지 않다 보니 갑자기 분납 선택자가 많아졌다”며 “신청 요건에만 맞으면 예외없이 연부연납을 허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속세의 연부연납을 신청하려면 세액이 총 2000만원을 초과해야 한다. 납세자가 부동산·주식 등 담보를 제공하는 조건이다.
작년 상속세 신고 금액이 가장 높았던 곳은 서울(1조7711억원)로, 전체의 59.8%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경기(14.7%) 부산(8.9%) 대구(4.8%) 충남(2.1%) 등 순이었다. 500억원 이상 상속세를 내야 할 정도의 재산을 물려준 피상속인(사망자)은 18명이었다. 세금 기준으로 추정할 수 있는 상속 재산은 피상속인당 최소 1000억원 이상이다. 상속세 100억~500억원 규모의 재산을 물려준 피상속인은 173명, 50억~100억원 규모는 344명으로 집계됐다.
구 회장의 상속세 분납 신청을 계기로 국내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의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은 26.6%다. 상속세가 아예 없는 나라도 전체의 3분의 1(12개국)에 달한다. 반면 국내 상속세율은 최고 50%(상속액 30억원 초과구간)다. 구 회장 사례처럼 가업을 물려받으면 최고 65%(실효세율 기준)가 적용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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