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넷글로벌의 이창열 파트너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는 “기업 경영이 규모 경쟁에서 속도 경쟁으로 바뀌었다”며 전통 기업의 비대한 조직을 잘게 쪼개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저가 가전업체이던 하이얼이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비결도 여기에 있었다는 것이다. 포럼 참가자들은 이 밖에도 챗봇(채팅로봇), 5G,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연계 빅데이터 활용, 전사적 디지털 전환 등에서 발빠르게 움직여야 디지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이미 디지털 변신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전통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영입과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현대차는 순혈주의와 연공서열 중심이던 인사관행을 깨고 최근 클라우드와 AI 전문가들을 속속 임원으로 영입하고 있다. 자율주행 등 디지털화에 앞서가기 위해서다. 제조업뿐 아니라 통신 유통 금융 등의 업종에서도 IT 인재 확보와 디지털화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발빠른 업계 대응 속도와 달리 규제를 푸는 정부의 움직임은 느리기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데이터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지만 빅데이터 AI 등의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관련 법령과 정부 가이드라인 등을 바꿔야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IT분야 규제완화 가운데 가시화된 것은 인터넷전문은행 정도다. 블록체인 사업은 여전히 불법 도박장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 역량은 세계 63개국 중 56위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렇게 느린 정부로는 눈부신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경쟁에서 기업들이 승리하기는커녕 생존조차 기약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정부부터 절박함을 품어야 하고, 바뀌어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