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원인은 정부가 에너지·환경분야 핵심공약으로 내건 에너지 믹스와 ‘재생에너지 3020’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 20%(2016년 7%)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실현해낼 정교한 정책설계 없이 의욕만 앞세운 주먹구구에 가깝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92조원을 투입한다는데, 정작 태양광 설비(모듈) 국산화율은 2014년 82.9%에서 올해 66.6%로 떨어지고 저가 중국산 수입만 대폭 늘었다. 풍력도 덴마크·독일산 터빈 의존도가 높아져 국산화율이 30%로 주저앉았다. 국내 업계에선 폐업·감원 칼바람이 분다.
정부가 이처럼 허술하게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강력 추진’을 천명한 탈원전의 마땅한 대안이 없는 탓이다. 하지만 세계 흐름은 반대로 간다. 최근 미국과 일본은 원전을 온실가스 없는 ‘청정에너지’로 규정해 상호 협력에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롤모델’이라는 대만 차이잉원 정부조차 블랙아웃을 겪고서 원전 복원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24일)를 실시한다는 사실도 새길 필요가 있다.
‘환경 근본주의’가 아니고선 설명하기 힘든 탈원전 강행은 관련산업 생태계 와해는 물론 건설 중인 원전마저 억지 중단시킨 데 따른 거액의 혈세 소요 등 온갖 비용을 안기고 있다. “어떤 일을 하건 여지를 남기는 게 중요하다. 최선을 다한 정책이라도 예기치 못한 사태에 부딪힐 때를 대비해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곤란하다.” 이 정부의 핵심 관계자가 출범 초 강조했던 말이다. 반면 지금은 “우리만 옳다”는 독선에 더해 “이렇게 흐를 줄은 몰랐다”는 어설픔과 무능까지 드러내고 있다. 의욕과잉과 오류를 인정하고 겸손과 경청의 자세로 ‘국가 백년대계’를 다시 성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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