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유가 하락에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우려감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내리는데 주식 투자해도 되나요?"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이 반드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가가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경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속도를 늦춰 증시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9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소폭 올랐지만 최근 급락세를 나타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5%(0.30달러) 오른 56.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 WTI와 브렌트유가 7%대 급락하는 등 지난주 폭락세를 보인 국제유가는 공급과잉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숨 고르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시장에서도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국 증시는 큰 폭으로 내렸다. 산유국들의 감산 움직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동을 걸면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서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글로벌 원유 수요도 당초 기대치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증시는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증시 부진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와 주식시장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기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초과공급 우려 등 유가 개별 이슈로 인한 유가 하락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상용·나정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2월 OPEC 회의에서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들이 감산 협의를 타결하지 못하게 되면 국제유가는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는 초과공급에 의한 유가 하락이므로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유가 하락이 오히려 증시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가의 장기적 하락은 원유 수입국인 한국으로선 일단 긍정적이다. 기업들이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긴축 기조에도 제동을 걸어 국채금리 상승 속도도 늦출 수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은 거시경제(매크로) 상황에서 Fed의 긴축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유가가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된다면 내년 증시 상승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유가의 하향 안정은 우리 무역흑자 확대와 미국 물가 상승 압력 둔화 속 Fed의 금리 인상 기대 약화에 따른 강달러 둔화라는 측면에서 환율 하락에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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