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BMW 신차 마케팅도 못한 사연

입력 2018-11-20 09:01  

내년 정상 영업에 앞서 17만1000대 리콜 완료 시급
신차 이벤트 없이 '뉴X2·X4·X5' 판매 들어가
아직 끝나지 않은 '화재원인 논란' 부담




BMW코리아가 최근 뉴 X2, X4, X5 등 새로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를 시작했다. 미디어 신차 발표회나 고객 초청 이벤트 없이 '조용하게' 판매에 들어간 배경은 대규모 리콜을 진행중인 상황에서 잇단 화재 사태에 따른 성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BMW코리아 홈페이지에는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신형 X2를 비롯해 뉴 X4, 4세대 X5, X7 M50d 등 내년에 주력으로 판매할 예정인 신차들의 제품 소개 정보가 간략히 올라와 있다. BMW 측은 이들 신차 가운데 정부 인증이 완료된 일부 디젤 차량에 한해 사전계약을 받거나 이달 고객 인도를 진행하고 있다.

BMW 관계자는 "신차 홍보 활동은 자제하고 있다"면서 "전시장 방문 고객 또는 전화로 문의 오는 고객에게 차를 안내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X7의 경우 조제프 카반 BMW 디자인 총괄의 말을 인용해 "X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BMW X7이 럭셔리의 진화를 새롭게 정의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X7은 그동안 국내 판매되지 않았던 모델로 내년에 출시 예정인 BMW의 초대형 플래그십 SUV다.

또 다른 관계자는 "뉴 X5는 이번주 출고를 시작하며 X2, X4는 인증이 완료된 모델부터 판매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X7은 미리 고객에게 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BMW가 내년에 정상 영업을 하기 위해선 리콜을 조기 종료해 소비지 신뢰를 쌓는 작업이 필요하다. BMW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결함 시정을 예고한 1,2차 리콜 물량은 17만1000대에 달한다.

지난 18일까지 BMW 측이 집계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시정 대상 10만6000대 중 리콜 이행률은 78%(8만3940대)를 기록했다. 올 연말까지 6만5000여 대의 추가 리콜을 제외한 1차 리콜 물량은 98% 이상 마치겠다는 게 BMW코리아의 계획이다.

다만 엔진룸 화재 원인을 놓고 '냉각기 누수 결함이냐, EGR 밸브 결함이냐'에 대한 논란이 끝나지 않은 게 BMW 입장에선 부담이다.

BMW는 올해 '라이벌' 메르세데스벤츠를 잡고 수입차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야무진 영업 목표를 잡고 있었다. 상반기에만 3만4500여 대를 팔아 벤츠와의 판매 격차는 고작 6500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연이은 520d 화재 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곧바로 판매량은 반토막이 났다. 국토부는 7월말 리콜 결정을 내렸고 하반기 계획했던 신모델은 판매 시기를 미루거나 보류하게 됐다.

BMW코리아가 리콜 완료를 선제적으로 강조하는 이유는 화재 사태 이후 무너진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재 원인 찾기는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신차 홍보에 열을 올리다간 시장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한국소비자협회는 전날 "BMW가 지난해부터 화재위험을 알고도 쉬쉬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협회의 BMW 집단소송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해온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작년 10월 내부정비 메뉴얼에서 확인했으며 고장이나 불만을 제기하는 차주들만 BMW 측이 수리해 줬다고 밝혔다.

내년에 BMW코리아가 정상 영업을 할 수 있을지 아직 의문은 남아있다. 교통안전공단 민간합동조사단은 12월 중에 BMW 화재 원인에 대한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 집단 소송 건, 추가 리콜 여부, 영업 정상화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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