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오슈만 머크 회장 "삼성의 바이오 전략 성공적"

입력 2018-11-20 10:27  

350년 역사 머크, 호기심서 자극 못하는 사업 과감히 정리
액정·헬스케어사업, 일반약·바이오시밀러도 매각
바이오사업에 역량 집중, 모든 사업에 디지털 접목
"삼성은 고객사이자 경쟁자…바이오 전략 잘짜고있어"



올해 창업 350주년을 맞은 머크는 세계 최장수 화학·의약기업이다. 1668년 약국에서 출발해 1990년대 액정 디스플레이(LCD) 선두 주자로, 2000년대는 표적 항암제 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했다. 최근 10년 동안은 생명과학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11년 MSD 출신인 오슈만 회장이 머크의 헬스케어사업 보드 멤버로 합류하면서다.

2016년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해 머크의 생명과학부문은 전년대비 2배에 가까운 약 59억 유로(8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헬스케어와 생명과학사업은 머크의 주축이 됐다. 지난해 머크의 전체 매출 153억 유로(약 20조) 중 생명과학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6%에서 약 40%로 늘었다. 제조업의 위기로 화학기업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급성장하는 바이오 산업에 선제 투자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머크가 단기간에 바이오 분야의 혁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오슈만 회장에 물었다.



▶ 머크가 350주년을 맞이했다. 머크의 장수 비결은 무엇인가?

"350년은 엄청난 세월이다. 머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 화학 기업이지만 우리는 매우 젊은 현대적인 회사임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젊은 회사의 문화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머크는 처음부터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었다. 첫째는 가족 소유기업이라는 점이다. 창업자 가문이 지분의 70%를 보유하고 장기적 측면에서 사업을 운영한다. 둘째, 머크가는 가치를 중시한다. 우리는 과학, 시장, 재무 측면은 물론 가치 측면에서도 성공을 원한다. 초창기 역사를 보면 창업자 가족 대표가 자녀들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편지에는 정직한 사람의 덕목, 우수한 품질을 위한 조건 등이 적혀 있다. 셋째는 과학적 호기심의 역사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신기술을 개발해 왔다. 그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은 과학에 대한 머크의 호기심이다. 과학적 호기심은 책임있는 기업가 정신과 함께 할 때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 왜 과학적 호기심을 350년의 키워드로 정했나?

"호기심이야말로 우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기에 호기심에 대한 강조는 너무나 당연하다. 머크는 헬스케어, 생명과학, 기능성 소재라는 3개의 서로 다른 사업을 영위한다. 이들 사업의 내용은 서로 달라도 과학 기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의 문화는 과학 지향적이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암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한다. 과학을 통해 연구의 속도를 높이고자 하며, 반도체 성능 개선에도 과학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들 사업의 공통점이다.

▶350 주년 기념행사로 열린 지난 7월 열린 호기심 컨퍼런스도 열었다.

"2018 호기심 컨퍼런스의 하이라이트는 획기적 성과를 달성한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어워드를 새롭게 제정해 발표한 점이다. 이번 행사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주제는 주로 생물학, 바이오, 소재 연구의 현황에 관한 것이었다. 기조 연설자로 노벨상 수상자 5 명이 참여했다. 최근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과 일본 과학자의 면역항암 연구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 참가자들 반응도 뜨거웠다. 어떤 과학자는 이번 행사를 ‘과학계의 우드스톡 페스티벌’이라고 평가했다."

▶ 머크의 기업 문화는 직원들의 호기심을 장려하는가.

"우리는 직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호기심을 유지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아이들은 호기심 때문에 질문을 계속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학교 교육과 원리 원칙을 배우면서 호기심을 잃는다. 원칙을 따르면서 동시에 호기심을 갖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우리는 호기심이 충만한 문화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 우리가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직원들이나 외부에서는 우리가 조직 문화 변화에서 이룩한 성과가 매우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 머크는 OLED, 바이오프로세스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혁신 기술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떻게 발굴하나?

"우리는 자체 R&D 조직이 있다. 신제품은 이곳에서 나온다. 또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들이 많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구체화 할 수 있도록 장려하지 않으면 우리는 좋은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노스파이어(Innospire)라는 아이디어 창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 중 일부는 실제 사업화로 이어졌다. 우리는 아이디어 창출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아이디어가 제출돼 채택되면 우리는 제출자가 구체적인 사업 구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하나는 이노베이션 센터(Innovation Center)와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이곳은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팀들이 활동한다. 외부 파트너, 스타트업, 학계와도 협업한다. 이를 위해 혁신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모든 아이디어가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출된 아이디어를 정리해 우선 순위를 매길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철저한 원칙이 적용된다. 아이디어를 창출하려면 열린 마음과 협업이 중요하다."

▶ 한국은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데, 창의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독일인도 창의성이 없다는 소릴 듣는다. 독일과 한국은 유사한 점이 있다. 전후 분단 국가로 고통을 겪었다는 점이다. 양국 모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독일은 공학, 실행력, 기초 학문에 강점이 있다. 1980년대 한국을 처음 방문해 봤는데 그 동안 한국 사회가 많이 변한 것 같다. 요즘 한국은 너무 다르다.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한국은 창의력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다. 내가 한국 기업에 조언할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은 문화 예술 분야에서 대단한 나라다. 한국에는 출중한 아티스트들이 많다. 한국은 패션과 음악 등 현대적 트렌드 창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중요한 혁신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 전자산업에서 한국이 이룩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

▶ 스테판 회장의 취임 이후 머크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미래 사업전략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머크는 역동적인 과학기술 기업으로 전문분야를 가진 산업과 틈새 시장에 집중한다. 혁신적인 의약품과 바이오 생산 공정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디스플레이 소재, 전자 소재, 생명과학 솔루션 분야에서 선두 기업이다. 이들 사업은 서로가 튼튼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성장 잠재력도 매우 크다.

또한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비즈니스에 디지털 요소를 접목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시도로 우리는 오랜 전통을 유지하는 기업이지만 디지털 분야에서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구조조정 단계와 변화를 위한 이행 단계를 거쳤으며 현재는 다시 성장 단계에 접어 들었다고 생각한다. 회사 포트폴리오도 바꿨다. 최근까지400억 유로에 달하는 기업 매각과 인수가 있었다. 다양한 사업부를 매각, 인수, 통합했다. 세로노, 밀리포아, AZ, 씨그마알드리치를 인수하고, VWR,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매각했다. 현재는 일반의약품 사업을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매우 역동적인 기업이다."

▶ 사업 영역을 파괴한 파격적인 인사도 단행했다. 비즈니스간 교차 직무순환제의 장점은 무엇인가.

"머크에는 다수의 사업부와 인사, 재무와 같은 여러 기능 부서가 있다. 우리는 각 조직간에 체계적인 직무순환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직원들은 연구개발R&D, 마케팅, 재무, 인사HR 분야에서 새로운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옵션은 머크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우리 사업 모델이 복잡하고 성격이 다르기에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한가지 기술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음양의 조합이 요구된다. 약한 것을 합해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인재가 전부다. 우리는 다양한 사업, 국가, 문화, 역할을 경험해 본 인재가 필요하다. 그래서 일선에서 활동하는 로컬 인재들이 글로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너지의 좋은 예로 현재의 생명과학 CEO를 소개 할 수 있다. 머크에 조인하기 전 헬스케어 기업에서 근무하다 머크의 헬스케어 사업부로 조인해 비지니스를 책임졌다. 화학공학 전공으로 제약, 백신, 연구, 제조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맥킨지에서도 근무경험이 있다. 제약 사업의 모델과 생명과학 기술 모델은 매우 유사하다. 이런 다양한 배경 덕분에 우딧 바트라 생명과학 사업부 CEO가 현재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임원인 카이 베크만 기능성 소재 사업부 CEO 이전까지 머크그룹의 COO보드멤버로서 HR/IT 부서를 책임지고 CTO의 역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었다. 그는 컴퓨터 공학 전공으로 반도체 등 많은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 최근 젊은 세대를 위한 인사개발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들었다.

"세대가 다르면 이들을 다루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X 세대, Y 세대, Z 세대, 밀레니얼 등 세대별 특징이 있는데, 이들의 태도는 달라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우선, 매력적인 회사를 원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브랜딩을 새롭게 바꾼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들은 공명정대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가지면서도 사업적으로 성공한 회사에서 일하고자 한다.

또 젊은 사람일수록 목적의식이 분명한 회사를 원한다. 우리가 호기심과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이유다. 우리는 '스파크‘라는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흥미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젊은 인재를 위한 적절한 근무 환경과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개방과 존중의 문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우리가 목적의식이 분명한 회사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LG의 신임 CEO가 취임하며 머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LG는 우리의 장수 비결과 회사의 지배 구조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우수성 기준 외에도 우리가 과학에 기반한 사업에 대한 분명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깊은 인상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한국 기업과 협력관계는 어떤가?

"예를 들어 삼성은 고객이자 파트너인 동시에 경쟁사다. 디스플레이와 전자 분야 뿐만 아니라 삼성병원도 중요한 고객이다. 삼성은 세부 전략을 잘 짜고 있다. 삼성은 사업 초기 바이오시밀러에 초점을 뒀지만 이후 중요한 위탁생산(CMO)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알고 미국과 유럽에 있는 많은 한국 인재들을 등용해 빠르게 성공했다. 삼성과는 기존의 스테인레스 재질의 생물반응기(바이오리액터) 대신 제조 유연성과 비용 효과가 큰 기술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공정 통합 작업에도 협력하고 있다.

한국은 머크의 3대 사업(헬스케어, 생명과학, 기능성 소재)이 모두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기능성 소재 사업은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 더 나아가 전자산업에 매우 중요한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폰의 액정과 디스플레이 기술은 기본적으로 머크가 시작한 것이다. 아이폰 뿐만 아니라 삼성의 갤럭시 내부에 들어간 소재나 반도체 공정에도 머크의 제품이 쓰인다. 기능성 소재 사업에서 한국, 대만, 일본, 중국의 고객과 함께 새로운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기에 장기적인 관계가 중요하다.

생명과학 사업부를 통해서도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머크의 생명과학 사업은 시장 평균 이상으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좋은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하고 있다. 머크는 한국에서 M Lab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송도에 새로운 생명과학 센터를 개설한다. 이 정도면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한 한국과 달리 머크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매각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주도하는 나라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미국의 주요 바이오 제약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머크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했다가 지난해 독일의 프레제니우스에 매각했다. 프레제니우스에서는 우리가 신제품 중심의 기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우리는 헬스케어 사업에서 대규모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기에 새로운 제품에 연구 자원을 집중하고자 했다. 우리의 생명과학 사업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을 포함해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바이오 공정 개발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국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350년 간 가족경영을 이어오면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기업경영의 모범사례로 꼽힐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우리도 대기업이다. 대기업이지만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 보다는 기업들이 가진 공통적 특징에 집중한다. 단순히 실적이 아니다. 우리는 과학 지식, 과학적 호기심,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떳떳할 수 있는 이유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우리는 가족 소유 기업인 동시에 상장 기업이다.

기업 전략은 유행을 탄다. 10년 전에는 사업 다각화가 화두였다가 이후에는 선택과 집중이 강조됐다. 지금 또 다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머크가는 350년 동안 회사를 묵묵히 지켜왔고 회사의 대주주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담슈타트=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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