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주장이 처음 제기된 건 채 1주일도 안 된 일이다. 그 짧은 기간에 누군가의 ‘재판 거래 혐의’를 사실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검찰이 슬쩍 흘리고 일부 언론이 여과없이 받아쓴 의혹 기사를 사실로 전제할 수 있다는 주장인지 알 수가 없다. 방산비리 자원비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동료법관에 의해 무죄로 풀려나는 일도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일부 법관은 표결에 앞서 “국민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 “소속 법원 판사들의 의사와 다르게 투표해도 문제없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고 한다. 이래서야 ‘법치’를 하자는 것인지 ‘정치’를 하자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법관대표회의는 올해 초 출범할 때부터 편향성과 대표성 시비를 부른 게 사실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등 소위 ‘진보 법관’들이 주도하며 마치 시민단체처럼 운영돼 판사들의 정서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법부에서는 최근 상식이나 통념에 어긋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내면의 소리와 주관적 신념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랐다. 헌법이 규정한 ‘양심에 따른 재판’은 자연인으로서의 가치관이나 선입관에서 벗어나 공평무사하게 판결하라는 직업적 양심을 말한다. 그런데도 양심을 빙자해 천차만별인 법관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견강부회식 주장에 ‘찬성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법이 무엇이고 재판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적 이해마저 결여된 모습이다. ‘최소한의 정의’인 법과 판례를 무시할 것이라면, 어려운 사법시험 대신 국어 시험으로 법관을 선발해도 무방할 것이다. 법관들이, 사법부가 왜 이리 이상해지는 것인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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