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파업 하루 전 결정
경사노위 "내년 1월 법안 제출"
경제계 "노사관계 대혼란 유발"
[ 심은지/장창민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21일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정부가 난데없이 ‘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이라는 카드를 들고나왔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국내 비준과 관련해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줄곧 요구해온 것이다. 정부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놓고 겉으론 노동계와 각을 세우면서 속으로는 달래기 위한 ‘당근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선 “가뜩이나 친(親)노동정책이 과속하는 마당에 법외노조까지 합법 테두리로 인정한다면 노조 리스크를 키워 산업계에 대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일 “해고자 실직자 등의 노조 가입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퇴직·해직 교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교원노조법 개정’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노사 자율적으로 결정’ 등도 들어 있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 협의한 결과물들이다. 공익위원 안은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것으로, 사실상 정부 안이나 마찬가지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민주노총의 숙원 과제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의 목적으로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통한 노동기본권 확대를 꼽았다. 한국은 ILO 핵심협약 8개 중 단체교섭과 쟁의행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조항(87·98호) 등은 비준을 유보한 상태다. 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 등을 담고 있는 조항으로, 그동안 국내 노동관행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사노위 공익위원 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해고자도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서 임금 협상에 관여할 수 있게 된다. 2013년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합법화될 수 있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도 자율화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노동관행과 판례를 뒤엎고 ILO 협약을 비준하면 노동시장에 대혼란이 올 가능성이 있다”며 “ILO 핵심협약을 빌미로 노조 자율성을 높인 타임오프제 등을 원점으로 돌리는 건 국내 노동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장창민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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