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후속모델 배정 못 받으면 타격
[ 장창민/도병욱 기자 ]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얼라이언스 회장이 체포된 사건으로 한국 완성차 업체인 르노삼성자동차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르노와 닛산이 갈등을 일으키면 중간에 끼어있는 르노삼성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에 우호적인 곤 회장이 낙마하면 부산공장 생산 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르노삼성의 대주주는 르노(지분 80%)지만 이 회사 생산 물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제품은 닛산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다. 르노삼성은 2014년부터 미국 수출용 로그 물량을 위탁받아 생산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생산한 26만4037대 차량 중 로그는 12만3202대였다. 르노삼성 전체 생산량의 절반(46.7%)에 가깝다. 르노와 닛산의 불협화음이 르노삼성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곤 회장의 낙마도 르노삼성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곤 회장은 르노·닛산얼라이언스 고위 임원 중 르노삼성에 우호적인 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과 닛산 일본 규슈공장이 2014년 로그 물량 배정을 놓고 경합을 벌일 때 부산공장 손을 들어준 사람이 곤 회장이었다.
시기도 좋지 않다. 르노삼성은 내년까지만 로그를 생산한다. 이후에는 로그를 대체할 신차를 배정받아야 한다. 르노와 닛산이 결별하거나 곤 회장이 낙마하면 신차 배정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게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두 회사가 갈라서면 르노 물량을 받아야 하는데, 르노 차량 중에서는 닛산 로그만큼 대량으로 생산할 모델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르노·닛산얼라이언스가 존속하더라도 곤 회장이 낙마하면 닛산 측 입김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신차 물량이 일본 공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르노삼성은 최근 판매 부진과 노조 파업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르노삼성은 올 1~10월 19만525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5.1% 줄었다. 노조는 사측이 임금 인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4년 만에 파업을 했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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