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개인정보 규제 관련 3法' 개정안 추진
7년 만에 '가명정보' 도입은 환영
非식별화된 정보 활용 가능하지만 활용범위 놓고 여전히 의견 대립
정부 "과학연구는 상업활용 가능"…참여연대 "상업목적은 안돼"
시민단체 요구 그대로 받아들여
흩어진 권한, 개인정보委로 통합
강력한 규제 컨트롤타워 변질땐 개인정보 '보호'에 치중할 가능성
[ 강경민/김태훈 기자 ]
개인정보 보호 규제 완화는 문재인 정부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함께 지난 8월부터 본격 추진한 규제개혁의 핵심 과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불리는 빅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개인정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1일 내놓은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방안’은 시민단체의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해 당초 방침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가명정보
정부와 여당이 이날 발표한 개인정보 규제 관련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의 핵심은 비(非)식별화된 개인정보인 가명정보를 당사자의 사전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1년 3월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한 3개 법은 당사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이나 활용 및 제3자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3개 법률 개정안이 연말에 국회에서 통과되면 6개월 뒤인 내년 하반기에 시행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번에 개인 관련 정보를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구분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명정보를 신규 제품·기술 및 서비스 개발 등 산업적 목적을 포함하는 과학적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가명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활용 책임도 한층 강화된다. 정부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보안시설을 갖춘 전문기관에서만 데이터 결합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가 생성된 경우 곧바로 처리를 중단하고 회수·파기하도록 명시했다. 이를 어기면 관련 조항 위반에 따른 과태료나 형사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외에 전체 매출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옥상옥’ 기구 변질 우려도
금융업계와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가명정보 활용이 가능해진 것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다만 가명정보의 활용 범위가 통계 작성 및 과학적 연구 등으로 법 개정안에 명시됐다는 점은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과학적 연구는 산업적 목적을 포함하는 개념이어서 가명정보의 상업적 활용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 방침이 앞으로 그대로 법규에 담길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들이 자사 신규 상품 출시를 위해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과학적 연구로 볼지 여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법률에 활용 가능한 범위를 모두 담는 건 불가능하다”며 “규제감독권한을 총괄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활용 범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과학적 연구의 범위에 기업의 상업적 목적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업계는 개인정보 규제 및 감독권한의 컨트롤타워로 새롭게 출범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금융위,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흩어져 있는 권한을 통합하겠다는 취지지만 자칫 ‘옥상옥’ 기구로 변질해 개인정보 보호에만 치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위원회에는 공무원들과 함께 시민단체 등 민간 위원도 대거 참여할 전망이다.
이번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출범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당시부터 꾸준히 요구해온 핵심 주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데이터 활용뿐 아니라 강력한 보호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정부 부처 수준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생기면 예전처럼 정보 보호에 치중해 규제를 더 늘릴 우려가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을 균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위원회에 산업계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민/김태훈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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