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점포개발’이란 개점할 후보점에 대한 매출 예측과 가맹점주 입점 상담, 부동산 계약 등을 주된 업무로 한다. 여기서 점포개발 전문가와 비(非)전문가의 가장 큰 차이는 유동인구에 대한 이해다.
부동산 중개업이나 창업 컨설팅을 하는 이들은 대개 ‘좋은 상가의 입지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란 명제를 갖고 설명을 시작한다. 유동인구의 내점율이 매출이라는 등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장사를 하거나 상가를 사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입지에 따라 유동인구를 봐야할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유동인구가 많더라도 뜨내기 장사꾼들이 많은 곳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아도 내실 있는 장사가 되는 곳도 있다.
위 지도에서 (1)과 (2)의 자리 모두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다고 가정하자. 브랜드별 선호도 차이가 없다고 가정하면 어느 점포의 매출이 더 좋을까.
두 입지엔 차이가 있다. (1)은 큰 사거리 코너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대로변이어서 유동인구가 (2)보다 많다. (2)가 근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만 다니는 입지라면 (1)은 출·퇴근과 등·하교 등으로 오가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유동인구로만 따지자면 (1)의 자리가 더 우세하다.
하지만 3391가구의 사람들이 빵을 사러 갈 땐 어느 곳을 더 자주 가게 될까. (2)의 자리다. 빵집이 아니라 병원이나 마트, 학원, 음식점이라면? 마찬가지로 (2)의 자리다. 이곳에 원하는 업종이 있다면 (1)까지 나가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대로변보다 안쪽 입지의 상가에서 장사가 잘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빵집과 병원, 학원, 음식점 등은 2000~3000가구 정도의 유효슈요가 있으면 그럭저럭 유지할 수 있는 업종이다. 위 지도에서 (2)의 입지는 안쪽 배후수요 3391가구뿐 아니라 길 건너편의 아파트 출입구도 끼고 있어서 웬만한 업종에서 필요한 유효수요는 충족한다.
다시 말해 안쪽 3391가구 입장에선 (2)의 자리에 웬만한 생활필수 업종들이 다 있기 때문에 (1)까지 나갈 필요가 없는 셈이다. (2)의 입지에서 영업을 한다면 대로변 유동인구에 의한 매출은 포기하더라도 약 4000가구 규모의 유효수요만으로 영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1)의 자리에는 2000~4000가구 정도를 유효수요로 삼는 업종은 살아남기가 무척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시쳇말로 안쪽 (2)의 자리에서 다 빼앗아 먹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의 자리엔 어떤 업종이 들어와야 할까. 쉽지는 않다. 1만 가구 정도를 유효수요로 하는 패스트푸드나 그보다 조금 적은 규모를 필요로 하는 화장품점 등의 입지로는 적합하다. 하지만 그러기엔 일대 유효수요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1만가구를 필요로 하는 업종은 더 큰 상권으로 입점할 가능성이 높다. 점포가 크다면 안쪽 (2)의 자리와 겹치지 않고 대로변 교통량의 장점을 살린 업종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안쪽 배후 주거지의 가구수가 4000가구 정도가 아니라 1000가구도 채 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번에도 안쪽 수요는 대로변까지 나가지 않고 가까이 있는 (2)의 빵집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빵집에게 있다. 빵집은 1000가구 정도의 수요만으론 먹고살 수 없다. 유통업계에선 최소 2000가구 이상의 수요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1000가구 정도로는 문을 닫게 된다는 의미다. 이때는 대로변 (1)의 자리에 있는 빵집이 이긴다. 빵집뿐 아니라 병원과 음식점, 학원 등도 1000가구 정도의 배후수요로는 문을 닫기 십상이다. 안쪽 배후수요가 적으면 상권은 대로변이 더욱 활발해진다.
이 사진에서 (1)의 입지에 있는 휴대폰 매장은 과거 경쟁 빵집이 있던 자리다. 안쪽 3391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부터 영업을 했던 곳이다. 영업을 하는 동안엔 아파트가 들어서면 더 잘될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2)의 자리에 경쟁 상권이 생기고, 또 경쟁 업종마저 들어서버렸다. 새로 입주한 3391가구의 아파트 주민들은 물론 건너편 아파트 사람들까지 (1)이 아닌 (2)의 빵집으로 발길을 돌렸버렸다. 배후에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해 유동인구는 늘었지만 매출이 줄어 결국 문을 닫는 아이러니가 펼쳐진 것이다. 유동인구로만 입지를 이해하려 한다면 이 같은 우를 범하게 된다.
글=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정리=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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