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보험료 폭탄'에 중산층·저소득층 '쓸 돈' 확 줄었다

입력 2018-11-22 17:37  

소득분배 역대 최악

3분기 비소비지출 증가율 23.3% '역대 최대'
주택 공시가 상승에 재산세·건보료 등 크게 늘어
내년 보험료율 등 대폭 인상 예고…부담 더 커질 듯



[ 김일규 기자 ]
세금, 보험료 등 국민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비소비지출’이 역대 최대폭으로 늘면서 지난 3분기 기준 가구당 월평균 100만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주택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재산세 인상, ‘문재인 케어’를 위한 건강보험료율 인상 등에 따른 것이다.

저소득층은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비소비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빼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이 더 크게 줄었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소득주도성장과는 완전히 역행하는 모습이다. 당초 정부는 가계소득을 늘리고 주거비, 의료비 등 각종 비용을 낮춰 소득주도성장이 이어지도록 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실제 양상은 정반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내년엔 올해 부동산 가격 급등을 반영해 주택 공시가격, 보험료율 등을 더 올릴 계획이어서 서민층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뜯겼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작년 3분기보다 23.3% 늘어난 106만5000원에 달했다. 증가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어섰다. 비소비지출은 세금, 공적연금 보험료, 사회보험료 등 국민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다.

세부 지출 내역을 보면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 경상조세가 가구당 월평균 25만25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2% 늘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보험료는 15만2400원,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는 15만5000원으로 각각 12.6%, 13.5% 증가했다.

통계청은 근로소득세, 재산세 부담 증가와 건강보험료율 인상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상용근로자가 늘면서 근로소득세 납부액이 크게 늘고, 개별 공시지가가 올해 6.28% 오르면서 재산세도 증가했다”며 “건강보험료율은 직장가입자 기준 작년 월소득의 6.12%에서 올해 6.24%로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쓸 수 있는 돈은 더 크게 줄어

소득 하위 20%(1분위)와 하위 20~40%(2분위)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줄어든 가운데 비소비지출이 늘면서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은 더 크게 감소했다. 3분기에 1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지만, 처분가능소득은 10.1% 급감했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월평균 101만200원에 불과했다.

2분위는 소득이 0.5% 줄었는데 처분가능소득은 4%나 감소했다. 3분위(하위 40~60%)는 소득이 2.1% 늘었음에도 처분가능소득이 1.2% 줄었다. 소득 증가율이 각각 5.8%, 8.8%에 달한 4분위(상위 20~40%)와 5분위(상위 20%)만 처분가능소득이 2.9%, 2.5% 늘었다. 박 과장은 “올 들어 저소득층은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비소비지출이 늘면서 처분가능소득이 더 크게 줄어드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금, 보험료 부담 더 커질 텐데

저소득층의 세금, 보험료 부담은 갈수록 더 커질 전망이다. 우선 정부가 내년 주택 공시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재산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도 마찬가지다. 내년 주택 공시가격이 30% 오르면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는 올해 전국 평균 9만385원에서 내년 10만2465원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게 건강보험공단의 분석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 재원 조달을 위해 건강보험료율도 올리고 있다. 건강보험료율은 직장가입자 기준 올해 6.24%에서 내년 6.46%로 오를 예정이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 인상은 이자비용 부담까지 늘릴 가능성이 크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임에 따라 늘어나는 각종 비용 부담이 오히려 저소득층의 가계살림을 더 팍팍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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