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일반적으로 먹이사슬에서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생명체의 크기는 10배가량 커진다. 생명체들이 제 먹잇감을 삼키기 쉽도록 진화한 결과다. 예외적으로 늑대와 기생충처럼 먹잇감보다 크기가 작은 동물도 이유가 있다. 늑대나 사자 등은 커다란 먹잇감을 무리 지어 사냥한다.
생명체 크기가 한 단계씩 커질 때마다 개체 수는 확 줄어든다. 조류가 8000종인 데 비해 곤충은 100만 종을 웃돈다. 크고 사나운 동물이 희귀한 이유는 먹이를 열량으로 사용하는 데 있다. 포식자들은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살을 소비하는 운동보다 더 많은 먹이를 섭취한다. 그것으로 잃어버린 물질을 대체한 뒤 대부분을 연소시킨다. 하지만 이들은 아래 단계 동물이 소비하지 않고 남겨둔 에너지원의 일부만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작은 양으로 몸을 만들고, 열량으로도 사용해야 한다.
《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는 1978년 첫 출간 후 40년 만에 재출간한 생태학에 관한 고전이다. 저자는 자연생태계를 개체 간 경쟁으로 보기보다 평화로운 공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사나운 동물의 개체 수가 나약한 생명체보다 훨씬 적은 이유도 공존을 이루는 한 증거다. 실제 울새나 개미, 풀 같은 종은 시기가 어긋나게끔 진화했다. 먹이가 충분하고 교미 상대를 찾아 건강한 새끼를 얻을 수만 있다면 다양한 종들은 서로에게 관용을 베풀어 평화롭게 공존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란 동물 종만 지난 9000년간 좀 더 많은 새끼를 얻기 위해 평화로운 공존을 팽개치고 적극적인 경쟁을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폴 콜린보 지음,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336쪽, 1만8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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