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묻지마 여론재판에 울고 있는 식품회사들

입력 2018-11-23 13:31   수정 2018-11-29 15:19


식품회사들이 '여론재판'에 울고 있다. '이물질 논란'이 나올 때마다 사실관계와 상관 없이 뭇매를 맞고 있어서다. 식품회사들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사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억울한 경우에도 소극적 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2일 남양유업은 최근 '이물질 분유' 논란에 "억울하다"며 분유공장을 기자들에게 전격 공개했다. 지난달 말 한 소비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남양유업 '임페리얼 XO' 분유 제품에서 2.4mm의 코 분비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왔다"고 주장하면서다.

남양유업은 곧바로 "모든 공정이 자동화된 분유 생산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해당 이물질이 혼입됐다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주장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을 통한 모든 검사를 진행해 해당 물질에 제조 공정상 절대 혼입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약속대로 지난 9일 '세스코 식품안전연구소'와 '고려대 생명자원연구소' 등 외부기관의 이물질 정밀검사를 받았다. 이 두 기관은 모두 "분유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검증과정과 상관 없이 남양유업의 이미지는 이미 깎일 대로 깎였다. 맘카페(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불고 있어서다. "남양유업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고 분유를 더 보내주는 것으로 여론을 입막음 하려고 한다"는 게 소비자들이 터뜨리는 불만의 요지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이번 이물질 논란이 정확한 귀책 사유가 밝혀지기 전에 급속도로 확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원인을 규명하기까지 보통 열흘 이상이 걸리지만 그 전에 이미 여론재판을 통해 정답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남양유업 측은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잘못된 여론재판의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대상 청정원은 지난달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런천미트' 통조림에서 세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공장을 모두 세웠다. 하루 종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뜨면서 비난이 쏟아지자 적극적으로 해명할 기회도 잃었다. 대상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지금까지 1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생산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이후 식약처가 "통조림에서 발견된 세균은 대장균"이라고 재발표하자 상황은 돌변했다. 검출된 세균이 대장균이라면 제조사의 문제가 아니라 실험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식품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쏟아졌다. 대장균은 80도 이상에서 1분 이상 노출되면 모두 죽기 때문이다.

대상은 뒤늦게라도 억울함을 풀기 위해 실험을 진행한 충남도청을 상대로 지난 21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충남도청은 런천미트를 검사한 동물위생시험소의 상급기관이다.

지난달엔 또 한라산소주가 문제가 됐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물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그동안 '제주산 청정수'로 만든 소주라고 홍보를 해왔던 터라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컸다. 그러나 이는 사실무근이었다.

현재웅 한라산소주 대표는 "기존 공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20여 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했는데 그 사이에 지하수 수질이 변하지 않았는지 자진해 의뢰한 것"이라며 "식약처로부터 재검사를 요청해 '적합' 판정을 받은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여전히 수질 논란이 불거지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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