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끝) 식품업계 '新 유통권력' 부상
식품 소비 트렌드 주도
마트보다 편의점에서 먼저…한 달에 3~4회꼴로 신제품 출시
편의점 주고객 1020 취향 저격…대대적으로 'SNS 홍보' 집중
맥주·라면시장 대세 변화
편의점 '4캔 1만원' 마케팅 적중…수입맥주 점유율 올 60% 돌파
봉지라면 성장세 둔화하는데 편의점 컵라면 판매는 급증
[ 김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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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마요큰사발’은 농심이 지난해 4월 편의점 전용 상품으로 출시한 컵라면이다. 50일 만에 20억원어치가 팔렸다. 라면 업계에서 월매출 20억원은 히트 상품을 가늠하는 기준. 편의점 ‘관문’을 통과하자 농심은 두 달 뒤 대형마트와 일반 소매점 등 전 유통채널로 확대 공급했다.
편의점이 수십 년간 지속된 식품업계의 성공 방정식을 흔들고 있다. 통상 식품업계 신제품은 대형마트에 먼저 출시됐다. 대대적인 할인행사와 TV 광고로 30~40대 주부들을 먼저 공략했다. 지금은 아니다. 편의점이 우선이다. 10~20대의 입맛에 맞춘 제품을 내놓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홍보한다. 편의점은 하루 매출이 바로 잡히고, 소비자 반응이 빨라 제품의 성공 여부도 빠르게 알 수 있다. 골목상권까지 장악한 편의점이 식품업계를 뒤흔들 정도의 새로운 ‘유통권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력이 된 편의점…맥주 시장 물갈이
맥주 시장의 재편은 편의점이 유통권력을 장악한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 편의점에서 수입맥주의 점유율은 2014년만 해도 30% 이하였다. 2015년 편의점 4사는 ‘수입맥주 4캔 1만원’이라는 프로모션을 경쟁적으로 진행했다. 수입맥주가 국산맥주에 비해 적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가격 할인이 가능한 점을 역이용해 주머니가 얇은 20~30대 ‘혼술·홈술족’을 겨냥했다. 편의점 수입맥주 점유율은 지난해 50%를 돌파하고 올해는 60%를 넘어섰다. 한 수입맥주 업체 관계자는 “편의점이 주류업계의 슈퍼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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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웃고, 봉지라면 울고
라면 시장에서는 끓여 먹는 봉지라면 대신 컵라면이 주도권을 가져왔다. 전체 라면 시장에서 여전히 봉지라면의 비중이 높지만, 편의점에서는 컵라면 비중이 70~80%에 이른다. 전체 라면 시장에서 컵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9.2%에서 지난해 37.4%로 커졌다. 판매액도 2011년 5400억원에서 6년 만에 46% 증가한 79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봉지라면의 매출은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컵라면은 봉지라면보다 맛이 떨어지고, 야외활동에 더 적합한 비상식량 정도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라면 업체 모두 컵라면에 기술력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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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진 출시 주기…튀는 제품 봇물
신제품 출시 주기도 짧아졌다. 오뚜기는 월 1~2회 내놓던 신제품을 이제 월 3~4회꼴로 출시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편의점의 제품 진열 주기가 빠르고, 소비자들도 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제품과 패키지를 내놓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편의점 채널로 대박을 낸 사례도 적지 않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대표적이다. 10~20대 여성 소비자들이 SNS와 유튜브 등에 적극 알리면서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됐다. 2016년 660억원이던 불닭볶음면 수출액은 올해 2000억원을 돌파했다. 푸르밀은 ‘비피더스’ 한 제품으로만 알려진 유업체였다가 올해 편의점 전용 신제품 ‘속풀어유’ ‘이번엔 커피에녹차를넣어봄’ 등 약 30개에 달하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들 제품으로만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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