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먹고 마시고 놀고"…新인류 '호모 컨비니쿠스' 등장

입력 2018-11-23 17:55  

유통시장 판도 바꾸는 편의점

'편의점 인간' 한경 안효주 기자의 하루



[ 안효주 기자 ] 편의점은 늘 밤늦은 퇴근길의 등대다. 골목길 초입에서부터 반갑게 맞아주는 편의점 간판의 불빛. 나의 하루 일과는 집 앞 편의점에 들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편의점에서 집어드는 건 언제나 비슷하다. 내일 아침 마실 500mL 물 한 병과 바나나, 한 줌 단위로 파는 견과류까지. 부장에게 쓴소리 들은 날, ‘알코올’만이 나의 부서진 가슴을 위로해줄 것 같을 땐 맥주 한 캔을 집어든다. 저녁 술자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엔 숙취해소제 ‘상쾌환’은 빼먹지 않는다. 취기가 돌아도 통신사 멤버십 할인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다음날 급히 출근길을 나선다. 어제 상쾌환을 먹었는데도 머리는 띵하다. 아차, 휴대폰 충전 케이블을 놓고 왔다. 오늘은 전화 취재 일정이 꽉 찬 날이다. 배터리라도 떨어지면 큰일이다. 두리번거리며 편의점을 찾는다. 보통 3분 거리 안에 편의점이 하나는 보이기 마련. 회사 앞 CU에 들러 종종걸음으로 아이폰용 케이블을 집어든다. 온 김에 회사에서 틈틈이 먹을 간식도 찾아본다. 오늘은 ‘CU 백종원 찐빵’을 먹어볼까. 신상품이라 그런지 이것도 ‘2+1’ 행사 중이다. 주저 없이 집어든다. 나 하나 먹고 선배들에게 건넨다. 한 개 가격만 더 치렀는데도 두 명에게 생색을 낼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마트는 가본 지 오래다. 필요한 게 있으면 골목길 편의점에서 바로바로 사고, 해치워버리는 게 나 같은 자취 생활 직장인들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한 번은 온라인으로 장을 잔뜩 본 적이 있다. 유통기한이 지나도록 끝내지 못했다. “다시는 대량 구매를 하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했다.

배고픔에 잠들 수 없는 늦은 밤, 주저 없이 집을 나선다. 세븐일레븐에서 닭꼬치를 쥐어들기 위해서다. 혼밥을 후딱 해치우고 싶은 주말엔 GS25에 뛰어간다. 자체상표(PB) 상품으로 내놓은 ‘대게딱지장’은 여전히 내 인생 반찬이다. 여기까지 26세 안효주 기자의 편의점 일상이다.

편의점은 나 같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의 ‘놀이터’다. 신한카드 빅데이터본부와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1년간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밀레니얼은 대형마트(4.0%)나 슈퍼마켓(3.6%)보다 편의점(4.7%)을 더 많이 찾고 있었다. 누구보다 편의점을 자주 찾는 사람들도 밀레니얼이다. X세대(1970~1980년생·11.3%), 386세대(1961~1969년생·10.7%)보다 훨씬 많다.

20~30대로 대표되는 우리 밀레니얼 세대가 좀 더 나이 들었을 땐 편의점을 멀리하게 될까. 지금도 이마트24에서 사온 요거트를 퍼먹으며 이 기사를 쓰고 있는 나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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