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탈중국화' 빨간불…올림픽명 '차이니스 타이베이' 그대로

입력 2018-11-25 08:52   수정 2018-12-23 00:30

국민투표 25% 동의 부결
'탈중국화' 정책에 따른 피로감




대만의 탈중국화 움직임이 당분간 보류됐다. 올림픽에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 이름으로 나가자는 대만의 국민투표가 부결된 것이다.

25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대만(Taiwan) 이름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항목에 찬성한 이들이 전체 유권자의 25%에 미치지 못하며 부결됐다.

476만여명이 찬성했는데 해당 안건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전체 유권자의 25%인 493만명이 동의해야 했다. 중국을 의미하는 '차이니스'를 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이번 투표는 사실상 중국과의 독립 의지를 묻는 성격이 강해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다수의 대만인은 현상 유지 쪽을 택했다. 먼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집권 이후 지속해온 선명한 '탈중국화' 정책에 따른 피로감이 컸다.

중국은 2016년 독립 지향의 차이 총통이 취임하자 외교·군사·경제적으로 대만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연합보가 지난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6%가 '차이잉원 정부의 양안관계 처리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할 정도다.

대만 유권자들이 올림픽 참가 명칭을 '대만'으로 바꾸면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걱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CO)는 대만 올림픽위원회에 참가명칭을 변경하면 올림픽에 나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세 차례나 경고했다.

대만 올림픽위원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감정적으로 투표하지 말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전날 국민투표에서는 민법상 혼인 주체를 남녀로 제한(민법상 동성결혼 금지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이 70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 또 민법 외에 다른 방식으로 동성 간의 공동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항목도 통과됐다.

대만 최고법원은 작년 5월 동성 결혼을 금지한 민법의 혼인 규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2년 안에 관련 법을 수정 또는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대만에서는 결혼 관계를 규정한 민법을 개정해 동성 결혼을 보장하자는 의견과 민법에는 손을 대지 말고 특별법 제정을 통해 '동성 커플'이 일반적인 부부와 유사한 권리를 누리게 하자는 의견이 혼재했다. 대만 유권자들은 이날 국민투표를 통해 민법상 동성 결혼 인정까지는 원하지 않는다는 보수적 견해를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차이잉원 정부 집권 이후 대만은 전기법에 원자력발전소 운영 중단 시기를 못 박았는데 이날 국민투표에서 해당 전기법 조항을 없애자는 국민투표 항목이 통과됐다.

이 밖에도 매년 1% 이상 화력발전량 감소, 화력발전소 신설 및 확장 중지, 일본 후쿠시마와 주변 지역 농산물 수입 금지 유지, 초중고교서 동성 문제 등 성적 다양성 교육 폐지 등의 항목도 통과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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