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가격 통제가 가해지자 금융권에서는 “정치적 목적에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동원해도 되는 게 금융이냐”는 항의가 쏟아진다. 그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카드사 경영위축으로 대량해고 위기에 내몰리는 업계 종사자와 소상공인 단체 간 충돌이 단적인 사례다. 카드 수수료가 인하되면 부대서비스가 축소돼 소비자 후생도 줄 수밖에 없다. 은행들에 이체 수수료와 운영경비를 떠넘기는 서울페이도 다를 게 없다.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을 왜곡하면 그 피해는 결국 가맹점과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금융이 정치에 휘둘리는 건 금융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제3 금융허브 지정도 마찬가지다. 표심만을 의식한 정치권은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내기만 하면 금융허브가 탄생할 것처럼 말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금융허브라고 우겨도 경쟁력이 없으면 허브가 될 수 없다. 지방으로 내려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정치 금융’을 조장하는 정부·여당이 ‘규제혁신 5법’의 하나로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육성 등으로 금융혁신을 촉진하자는 내용이지만, 정치논리가 금융을 지배하면서 규제개혁을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여당이 금융 경쟁력을 위해 규제개혁을 하겠다면 금융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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