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남북경협 예산 놓고 여야 사사건건 대립
민감한 예산, 대거 소소위로 넘겨
[ 배정철 기자 ]
‘지각 예산심사’에 나선 국회가 25일 휴일도 반납한 채 심의를 이어갔지만 남북경협기금, 청년 일자리 예산을 두고 여야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빚었다. 예산안소위원회에서 여야 간 합의가 안된 예산은 대거 ‘소(小)소위’로 넘기면서 심의 막판 시간에 쫓기는 ‘밀실 협상’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이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국방부와 병무청, 국토교통부 등 소관 예산안에 대한 감액 심사를 했다. 여야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예산과 대북협력기금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원안 유지를 요구했지만, 야당은 “깜깜이 예산”이라며 대폭 삭감을 주장했다.
국토부 예산 감액 심사에서는 ‘청년 일자리’가 논란이 됐다. 정부의 ‘도시재생건축 인턴십’ 채용 예산 65억5000만원을 전액 삭감하자는 자유한국당의 의견과 원안을 유지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이 맞붙었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이 건은 소소위로 넘겨도 문제가 생긴다. 우리 당에서 65억원 전액 삭감을 주장했는데 반 정도 (삭감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장우 한국당 의원도 “청년 고용지표가 최악인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단기 인턴을 늘려 고용수치를 개선할 순 없다”며 여당의 양보를 요구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오랜 기간 여야가 치열한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린 사업이다.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니다”며 “상임위원회에서 부대 의견을 단 만큼 원안을 유지해 달라”고 주장하며 대치했다. 여야 간 합의 실패로 도시재생건축 인턴십 예산은 결국 소소위로 넘어갔다.
여야가 감액 심사를 조기에 마친 뒤 증액 심사에 들어가기 위해 서두르면서 민감한 예산의 상당수가 소소위로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통일부의 대북협력기금 심사도 고성이 오간 끝에 소소위로 넘겨졌다. 한국당 의원들이 남북협력기금 비공개 예산 세부내역 공개를 요청했지만 통일부가 거부하면서다.
소소위는 16명의 예산소위에서 합의가 안될 경우 여야 간사 중심으로 최종 조율하는 회의체다. 이 과정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참석해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예산안은 정치적 타결로 풀어낸다. 하지만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회의체로, 비공개로 열리는 데다 회의록마저 남지 않아 ‘밀실 심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계청장의 경질 논란을 불러온 ‘가계동향 조사’ 예산도 이날 도마 위에 올랐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가 원하는 통계가 안 나온다고 1년 만에 바꾸면 통계는 생명을 잃는다”고 우려했다. 한국당은 관련 예산 129억원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조정식 의원은 “통계 방식을 바꾼 것은 현 총장이 오기 전에 일”이라며 원안 유지를 주장했다. 여야는 이번주 초까지 감액 심사를 마친 뒤 주 중반부터 본격적인 증액 심사에 들어간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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