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대신 T맵택시로 '콜'해달라는 기사들

입력 2018-11-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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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카풀사업 진출 선언하자
반발하며 T맵택시 적극 홍보



[ 임현우 기자 ] “손님, 다음번엔 택시 부르실 때 ‘T맵 택시’를 이용해주세요.”

택시기사 김영훈 씨는 요즘 ‘카카오T’로 택시를 잡아 탄 승객에게 매번 이렇게 부탁한다고 했다. 기자가 이유를 묻자 김씨는 “카카오가 택시시장을 독점하면서 많은 폐해가 생기고 있지 않으냐”며 “카카오T 이용자가 워낙 많으니 안 쓸 수는 없지만, 자발적으로 T맵 택시 권유에 나서는 동료 기사들이 꽤 많다”고 했다.

택시업계에서 ‘반(反)카카오’ 정서가 강해지면서 또 다른 택시호출 앱(응용프로그램)인 SK텔레콤의 T맵 택시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25일 SK텔레콤에 따르면 T맵 택시에 가입한 기사 수는 올 6월 말 3만 명에서 전날 10만2000명까지 늘었다. 전국 택시기사(약 27만 명)의 40%에 육박한다. 가입률이 80%를 넘는 카카오T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T맵 택시의 배차 성공률도 같은 기간 17%에서 61%로 훌쩍 뛰었다.

카카오가 지난달 카풀사업 진출을 공식화하자 택시업계는 “택시 덕에 큰 카카오가 택시를 죽이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 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달 초 택시기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배차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했고, 기사들이 손을 뻗지 않고 핸들을 잡은 채 T맵 택시콜을 간편하게 받을 수 있는 ‘콜잡이’ 3만 개를 제작해 공짜로 뿌렸다. 여기에 멤버십으로 택시요금의 10%를 깎아주는 행사까지 벌이면서 승객들의 호출 건수는 10배 이상 치솟았다.

카카오T와 T맵 택시는 2015년 나란히 출시됐지만 점유율은 카카오가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달 카카오T의 월간 순이용자(MAU)는 530만 명, T맵 택시는 10만 명 선을 기록했다. 여지영 SK텔레콤 상무는 “택시호출 시장에 경쟁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2020년 말까지 실사용자 500만 명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의 입소문 홍보 효과까지 누리는 T맵 택시가 카카오의 아성을 얼마나 깨뜨릴지 주목된다. 과거 음식배달 앱 시장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5년 ‘배달의민족’이 배달 수수료를 폐지하자 일부 음식점주는 ‘요기요’ ‘배달통’으로 주문한 소비자에게 “다음부턴 수수료가 없는 배달의민족으로 주문해달라”고 부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와 SK텔레콤이 카카오에 맞서 ‘적의 적은 친구’ 식의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라며 “다만 T맵 택시의 영향력이 높아지면 택시업계가 ‘재벌 프레임’으로 묶어 SK텔레콤도 견제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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