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의 선전狂 시대] 위기의 중국 공유 자전거 서비스

입력 2018-11-26 09:02   수정 2018-11-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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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o 도산 우려에 보증금 반환 요구 잇따라
2위 모바이크도 하루 손실 1500만위안
관련 업체 도산으로 中 자전거 생산량 32%↓



중국의 공유 자전거 서비스가 중요한 분기점을 맞았습니다. 업계 1위 ofo의 도산설이 고객들의 보증금 반환 요구 급증으로 이어지며 회사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공유 자전거 서비스 전체가 몰락할지, 이번 위기를 넘기고 다시 한번 도약할지 관심입니다.

이달 20일을 전후해 중국 내 포털과 SNS에는 “ofo에 낸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ofo를 이용하려면 99위안을 보증금으로 내고 이용료를 선불로 지급해야 하는데 해당 금액의 반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 15일내 반환이 원칙이지만 반환 신청을 한지 2개월이 지났지만 못 돌려받았다는 이들도 많습니다. ofo 직원과 유선상담을 받으려는 고객만 1만명 이상에 이릅니다. 보증금 반환을 위한 집단 소송에 나선 고객도 300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22일 발표된 ofo의 새로운 방침은 고객들의 걱정에 불을 지폈습니다. 보증금을 돌려 받으려면 먼저 P2P 대출 서비스인 PP머니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P머니에 가입하면 8%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한다지만 30일동안은 보증금을 맡겨야 합니다. ofo가 보증금 반환을 미루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지난해 오공자전거 등 공유자전거 6개 업체가 도산하면서 보증금과 선불 이용료를 합쳐 고객들의 피해 규모가 10억 위안(약 1조6300위안)에 이르렀던 사례가 있습니다. 이에 따른 피해자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업계 1위 ofo도 재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5월에는 한 협력사가 물품 대금 6815만위안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0월부터는 전체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중국 매체는 ofo가 자전거 제조사 등 협력사에 지급하고 있지 못한 대금이 12억위안, 각 지역 운영업체에 밀린 돈이 3억위안에 달하지만 수중에 있는 유동자금은 5억위안에 불과하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35억위안으로 추산되는 보증금에 대한 반환 요구가 확대되면서 위기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업계 2위인 모바이크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2017년말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올해 4월 중국 최대 배달 서비스업체 메이퇀이 27억달러에 사들였지만 영업 부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메이퇀은 인수 후 20여일간 모바이크에서 4억위안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고 고백했습니다. 하루 평균 1500만위안 이상입니다.

물론 영업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과열에 따른 공유 자전거 과잉 공급입니다. 2016년 200만대였던 중국내 공유자전거 보급 대수는 지난해 2300만대로 10배 팽창했습니다. 도시 여기저기에 공유자전거가 방치되며 중국 대도시에서는 수거된 자전거를 쌓아놓은 ‘공유자전거 무덤’까지 곳곳에 생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서비스 자체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동계나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는 자전거들을 제때 수리하지 않으면서 안전사고가 늘고 있습니다. 자전거 이용료도 회당 3위안으로 2~4위안인 대중 교통에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공유 자전거 이용을 포기하고 개인 자전거를 사는 사람들이 다시 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공유 자전거 서비스의 쇠퇴로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자전거 제조량도 크게 뒷걸음질 쳤습니다. 941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1% 감소했습니다.

물론 이같은 어려움이 공유 자전거 서비스 전체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메이퇀의 모바이크 인수대금이 27억달러에 이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여전히 공유 자전거 서비스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높습니다. ofo 역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거나 회사를 매각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빠르게 중국의 거리를 점령했던 공유 자전거 사업 전반이 역시 그만큼 빠르게 식고 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언젠가는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공유 자전거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충칭의 오공자전거를 참고해볼만 합니다. 지난해 1월 7일 시작한 서비스를 6월 13일 중단해 공유 자전거 업체 중 가장 빨리 문을 닫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산이 많은 충칭에서 자전거 사업을 하려다 실패했다”며 “사업여건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서비스에 대한 인기에 편승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자가 가본 충칭은 중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산이 많았지만 서울 강북이나 부산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 경사가 심하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규제를 푼다고 공유 자전거 서비스가 한국에서도 번창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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